벤처투자 명가 기업銀
2년새 기업가치 10배 '쑥쑥'
②기술력 갖춘 초기기업 투자, VC 빈자리 메꿔…기업 평가 체계 고도화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9일 14시 1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지난 1일 'IBK기업은행 창립 62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제공=IBK기업은행)


[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IBK기업은행은 지난 2020년 설립 2년차 초기기업이었던 자동차 보안솔루션 업체 아우토크립트에 1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아우토크립트 기업가치는 140억원을 인정받았다. 기업은행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대가 오면 자동차 보안 솔루션과 관련한 시장 규모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기술력을 갖춘 아우토크립트의 투자를 결정했다. 


아우토크립트의 기업가치는 첫 지분투자 이후 10개월 만에 400억원으로 약 3배 가까이 뛰었다. 기업은행은 이때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20억원을 후속 투자했다. 이후 자동차 보안사업에서 매출을 내기 시작한 아우토크립트는 차량과 사물간 통신 기술을 제공하는 V2X(Vehicle-to-Everything)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고, 국가 시범사업에서 수주를 받는 등 시장성을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아우토크립트는 12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다수의 기관들로부터 32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아우토크립트에 세 차례 투자를 단행하면서 투자를 주도해 왔던 기업은행의 지분가치 또한 크게 상승했다. 수익률이 크게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은행이 초기단계부터 주도적으로 투자를 단행하고 후속투자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 설립 2년차 기업에 단행한 초기투자, 지분가치 확대로 이어져


기업은행의 벤처투자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9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동안 8041억원 규모였던 벤처투자 규모는 모험자본 공급이 본격화한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약 2배 수준인 1조6821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기업은행은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게 모험자본을 공급하면서 벤처·중소기업의 성장단계마다 마중물을 붓고 있다. 특히 초기기업 투자를 주도하면서 기업의 성장을 돕고 지분가치를 높이며 동반 성장하고 있다.

  

(제공=아우토크립트)

기술 기반 초기기업들은 금융 불모지에 있다. 제조업과 달리 뚜렷한 담보가 없는 경우가 많아 대출을 받기 쉽지 않고, 기술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생산 및 양산에 시일이 걸려 적자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투자를 받기도 쉽지 않다. 초기 창업기업 대다수가 연구개발에 성공한 이후에도 자금 부족 등으로 사업화에 실패하는 데스밸리(Death Valley)에 봉착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기업은행은 기술력을 갖춘 초기기업들을 조기에 발굴하고 모험자본을 집행하면서 투자 사각지대를 메우고 있다. 기술 잠재력은 있지만 시장성이 높지 않은 초기기업에 투자해 연구개발 등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기업이 꾸준히 성장해 기업공개(IPO) 등을 하는 시점에 엑시트(회수)를 하면서 높은 이익을 거두는 구조다.


◆ 2020년부터 모험자본 공급 본격화, 기술력·성장가능성 평가 체계 갖춰


기업은행은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되는 초기기업 혹은 중·후기 기업에 투자하는 민간 벤처 투자사와 달리 수익화에 시일이 걸리는 초기기업을 중심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초기기업 투자는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은행들은 대출에서는 담보를 회수할 수 있지만 지분투자에서는 원금을 전부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초기기업들은 제품이나 기술이 완전히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성장과 쇠락의 갈림길 중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더욱 크다. 


기업은행은 이같은 우려를 해소하고 모험자본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벤처투자와 관련한 프로세스를 구축해 나가기 시작했다. 기존 기업은행 지분투자 업무가 일반 은행들의 투자금융 업무와 유사했다면, 2020년부터는 기술 기반 기업에 3년 동안 모험자본 1조5000억원을 공급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전략을 수립해 나갔다.


특히 펀드에 출자하는 간접투자 뿐만 아니라 특정 업체에 지분을 투자하는 직접투자 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고민했다. 기업은행은 먼저 좋은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투자 접수처를 디지털 경영 지원 플랫폼 'IBK박스'로 일원화했다. 또 접수된 기업들을 자체 평가하기 위해 혁신금융그룹 소속 기술협의체가 투자 대상 기업의 기술력을 직접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연구원이나 엔지니어, 변리사 등으로 구성된 기술위원들이 기술력을 기준으로 우수한 기업들을 선별하면, 혁신금융그룹의 혁신투자부 창업투자팀이 다방면에서 기업을 평가한다. 기업설명회(IR) 참석 및 현장 방문 검증절차 등을 거치며 대상 기업의 기술력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사업성, 시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종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 기업은행 中企 네트워크 활용해 벤처투자 기업 발굴


기업은행이 가진 탄탄한 중소기업 네트워크는 벤처투자 대상을 발굴하는 과정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기업은행이 투자할 기업을 찾는 경로는 ▲기존에 보유한 VC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법 ▲기업은행 창업 육성 플랫폼인 'IBK창공'을 통해 발굴,육성한 기업 ▲기업은행 영업점의 풍부한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법 등이다. 각지에 퍼져 있는 기업은행 영업점은 기술 잠재력이 높은 초기기업을 발굴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투자와 대출을 병행해서 지원할 수 있다는 것도 기업은행의 장점 중 하나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IBK벤처대출을 출시해 초기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벤처투자기관의 투자를 받은 유망 기업 및 창공 졸업기업 등에 신용대출과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결합한 형태로 낮은 금리에 운전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1000억원 규모의 벤처대출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창업기업육성플랫폼인 'IBK창공'을 통한 네트워크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프로그램 졸업 이후 초기단계에 들어선 기업들에게 지분을 투자하면서 창공 출신 기업의 성장 과정 전체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창공을 통해 좋은 기업을 육성하고, 성장 단계마다 투자를 집행해 마중물을 붓고, 기업가치가 커지면 기업은행의 수익률도 커지는 동반성장이 가능해지는 구조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수익성이 좋은 창공 졸업기업에는 VC들도 투자를 하고 있지만, 작년과 올 상반기에는 시장 전체가 움츠러들면서 VC 투자가 많이 줄어들었다"며 "기업은행은 투자 한파 속에서도 다른 투자자들과 달리 창공 졸업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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