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오스탈 인수…美 DCSA가 '변수'
안보 등의 문제로 미국 정부서 제동 가능성 제기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2일 14시 1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오션 거제 조선소 전경 (제공=한화오션)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의 호주 오스탈 인수에 대해 "문제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수선 업계에서는 오스탈이 미국 해군에 함정을 납품하는 주요 업체인 만큼, 미 국방 방첩 및 안보국(Defense Counterintelligence and Security Agency, 이하 DCSA)의 반대로 인해 한화의 주장과 달리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DCSA가 한화오션의 오스탈 인수에 반대하고 있다. DCSA는 오스탈 인수 합병(M&A)을 심의할 규제 당국 중 한 곳이다. 한화가 오스탈을 인수하려면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와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그리고 DCSA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앞서 오스탈은 지난 2일 한화오션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지만 규제 당국의 허가를 얻기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 거절한다고 발표했다. 자사의 호주 및 미국 군함 설계·건조 사업자로서의 지위, 방위 계약과 관련된 소유권 조항을 고려할 때 승인 가능성이 제한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오스탈은 지난해 11월 호주 정부와 전략적 조선 협정(SSA)를 체결하면서 서호주에서 다수 군함 건조를 맡을 전략적 파트너로 낙점됐다. 당시 호주 국방부는 이 SSA를 발표하며 "자주적이고 지속적인 해군 조선 사업과 지역 산업을 보장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규제 당국의 불허 가능성은 전적으로 오스탈의 판단에 불과하다는 게 한화의 입장이다. 한화오션은 약 6개월 전 오스탈에 최초 인수를 제안한 후 몇 차례의 수정 제안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오스탈이 호주 연방 정부가 한국 기업의 인수를 불승인할 가능성을 우려하자 정부 승인 관련 실사를 글로벌 로펌을 통해 진행해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오스탈도 실사 결과에 동의해 지난달 실사를 개시했지만 기존에 합의한 현장 실사 일정을 하루 앞두고 일방적으로 취소를 통보했다는 전언이다.


오스탈은 국가 자산이기 때문에 오커스(AUKUS, 호주의 핵 잠추진 잠수함 개발을 위한 미국·영국·호주 간 외교 안보 협의체) 동맹국 기업에만 매각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은 호주와 미국의 중요한 동맹 국가인 동시에 호주와의 외교 관계도 오커스에 버금갈 정도로 긴밀하고, 이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와 레드백 장갑차 등 성공적인 수출 사례가 있는 만큼 인수 가능성은 높다는 게 한화 측 시각이다.


CFIUS 역시 FIRB의 승인을 받기 위해 모든 합리적인 조건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으며, 한화오션의 오스탈 인수에 반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글로벌 로펌의 조언을 받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DCSA다. DCSA는 미국 국방부가 산하 국방 안보 서비스국(DSS)의 사이버 위협 대응 업무를 연방 정부와 민간 방산 업체까지 확장하기 위해 2019년 10월 출범한 조직으로, 당시에만 1만3000여 개 관련 기관·업체·연구소 인력이 동원됐다. DCSA는 국방 및 군사 기술 유출 방지, 보안 지침을 미 방산 업체 뿐만 아니라 동맹국에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미군의 주요 군함 사업자인 오스탈은 물론, 오스탈을 인수할 기업도 DCSA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 차원에서 한화오션의 오스탈 인수에 제동을 걸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이 총선 정국이고, 정부 대 정부로 이 문제를 최종 논의 혹은 최소한 안보 서약을 받고 싶어한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라며 "안보 서약 혹은 다른 형태의 정부 간 안보 협력이나 미국과 동맹국들 간 다자 구도 하에서 한국이 더 큰 역할을 수행할 것 등의 요구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호주 정부가 오커스 동맹을 감안해 미국 기업의 인수를 원한다는 시각도 있다. 미 사모펀드 운용사인 케르베로스캐피털매니지먼트와 알링턴캐피털파트너스도 오스탈에 인수를 제안했다고 보도된 바 있다.


다만 한화 측은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호주 정부도 (인수 승인 거부 등) 별 반응이 없는 상황"이라며 "입찰 대상자로 선정되기 전에는 데 규제 당국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데 따라 (DCSA가 반대할 경우에 대한) 대응책을 따로 세워 놓은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한화오션의 오스탈 인수는 숙원사업 중 하나다. 호주를 교두보로 파이브 아이즈(뉴질랜드·미국·영국·캐나다·호주 기밀 정보 동맹)에 진출할 수 있는 데다, 미국 군함 시장으로 가는 징검다리로도 활용할 수 있어서다. 나아가 오스탈이 베트남 등에서도 쾌속 페리 등을 건조 중인 데 따라 동남아시아 진출도 노릴 수 있고, 알루미늄 선박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만큼 스틸 선박 위주인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이 오스탈 인수가액으로 작년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8억9500만~10억2000만호주달러(약 8000억~9000억원)를 책정했을 것으로 추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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