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PF위기 점검
태영發 위기 확산, 유동성 확보 '총력'
④건설사, 현금 확보 집중…그룹사 전방위 지원, PF 위기 극복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4일 07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작업)은 그간 수면아래에 놓여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론이 실체를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이후 정부와 금융권이 옥석가리기를 시작해 일부 사업장은 본PF 전환에 성공하며 순항하는 반면 기한이익상실(EOD) 상태에 놓여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는 '바닥을 쳤으니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론과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부정론도 엇갈리고 있다. 딜사이트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이후 부동산PF 시장에 미친 영향을 점검하고 향후 전망을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진=딜사이트DB)

[딜사이트 김현진 기자] 국내 시공능력평가 16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지속하고 있다. PF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던 금융사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건설사들은 사업장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건설업계는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PF 우발채무 현실화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태영건설과 함께 거론되는 롯데건설과 신세계건설은 올해 초부터 현금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 건설사의 경우 그룹사의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태영건설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PF리스크 관리 나선 건설사…대규모 현금 확보 나서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PF 대출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하며 자금 조달 시장도 경색 국면을 보이고 있다. 본PF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이 속출하면서 PF 우발채무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건설사들도 '각자도생' 방식으로 PF 우발채무 현실화에 대비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과 펀드를 조성해 PF 우발채무를 장기 조달구조로 전환했다.


앞서 롯데건설은 지난해 메리츠증권과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다.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 규모는 약 5조4000억원으로 이번 펀드 조성을 통해 절반가량을 3년 장기 구조로 연장한 것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시중은행 등을 통한 장기 조달구조로의 전환으로 PF 우발채무를 3년 만기로 연장하며 한층 더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이뤘다"며 "지난해부터 PF 우발채무를 꾸준히 줄여나가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약 2조원의 현금성 자산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유동성에 문제없다"고 말했다.


신세계건설도 연초부터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1월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을 통해 순현금 약 660억원을 유입한 데 이어 같은 달 20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까지 발행했다. 아울러 지난달에는 레저사업부문을 계열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이 1819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2개월 동안 확보한 현금 규모만 4000억원을 웃도는 셈이다.


SGC이테크건설은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800억원 규모의 채무증권을 발행했고, 동부건설도 해외 현장 공사대금과 준공 현장 수금, 대여금 회수 등으로 3000억원을 확보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PF시장도 위축되면서 건설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는 분양사업이 완판 행진을 이어갔기 때문에 PF 우발채무가 현실화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회사가 보유한 현금이 적을 경우 PF 우발채무 현실화 대응에 실패하며 태영건설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린 다르다"…'제2의 태영건설' 가능성 일축


건설업계의 PF 위기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2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PF를 둘러싼 위기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태영건설과 함께 롯데건설과 신세계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거론됐다.


하지만 이들 건설사의 부실 우려는 낮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태영건설과 달리 그룹사 지원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롯데건설은 2022년 하반기 PF 위기가 불거졌을 당시 그룹사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이 이어졌다. 최대주주인 롯데캐미칼로부터 5000억원을, 롯데정밀화학과 롯데홈쇼핑을 통해 각각 3000억원, 1000억원을 긴급 차입했다. 지난해 1월 메리츠증권과 조성한 펀드에도 롯데물산과 롯데호텔, 롯데정밀화학 등 계열사가 후순위로 6000억원을 부담했다.


아울러 올해 시중은행과 새롭게 조성한 PF펀드에도 그룹사의 지원이 이어졌다. 전체 2조3000억원 중 롯데그룹이 7000억원을 공급한 것이다.


신세계건설도 신세계그룹의 도움에 힘입어 유동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세계건설이 올해 초 발행한 20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에도 그룹 정보통신(IT) 계열사 신세계이앤씨가 600억원을 지원했다.


신세계건설의 레저 사업부문을 인수한 조선호텔앤리조트도 신세계그룹 계열사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지분 99.96%를 이마트가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신세계그룹의 레저사업을 조선호텔앤리조트에 일원화하며 신세계건설에 대규모 현금을 지원한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도 그룹사 형태이긴 하지만, 그룹 내 태영건설의 입지가 독보적인 만큼 계열사 지원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태영건설과 함께 PF 위기설이 거론되는 롯데건설과 신세계건설은 그룹사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제2의 태영건설'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건설업계 PF위기 점검 4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