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PF위기 점검
우량사업장 대출 차환 '숨통'
①브릿지론 리파이낸싱·본PF 전환 선별 지원…소규모 사업장 신용보강 추진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9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작업)은 그간 수면아래에 놓여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론이 실체를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이후 정부와 금융권이 옥석가리기를 시작해 일부 사업장은 본PF 전환에 성공하며 순항하는 반면 기한이익상실(EOD) 상태에 놓여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는 '바닥을 쳤으니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론과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부정론도 엇갈리고 있다. 딜사이트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이후 부동산PF 시장에 미친 영향을 점검하고 향후 전망을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출처=픽사베이)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확정된 후 건설업계에 만연해 있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론이 일단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업성이 비교적 우량한 사업장은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틈을 이용해 브릿지론 리파이낸싱 또는 본PF 전환을 추진 중이다. 때맞춰 건설원가 상승세가 둔화하며 수익성 예측이 가능해졌다는 점 역시 묶여 있던 우량 사업장의 본PF 전환을 이끌어냈다.  


일부 소규모 사업장은 '각자도생'을 도모하며 PF대출 차환발행 위험 통제에 나섰다. 대출채권을 유동화하면서 1개월 내지 6개월 만기의 유동화증권 대신 사모사채를 발행하는 등 대출구조를 다각화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공기업 역시 사업장 신용보강에 적극 나서며 영세 사업장 보호에 나서는 중이다.


◆ 서울 이마트 부지 2곳 개발사업, 삼성·현대 '후광' 업고 순항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참여한 서울 성수동 옛 이마트 본점 개발사업은 최근 착공 신고를 완료하고 사업장의 브릿지론 만기를 6개월 연장한 리파이낸싱에 성공했다. 사업장은 중견 게임개발사 크래프톤이 부동산펀드에 출자해 2022년 매입한 부동산이다.


크래프톤이 출자한 '미래에셋맵스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66호'는 기존 브릿지론 7210억원의 만기를 오는 6월19일까지 약 6개월 더 연장했다. 그러면서 추가 대출금 550억원을 조성해 총 7760억원을 옛 성수동 이마트 본점 부지 개발사업의 브릿지론 대출로 제공받게 됐다.


이 사업은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동2가에 지하 8층~지상 17층 규모의 오피스 및 판매시설 등을 조성한다. 크래프톤이 전체 연면적의 80%를 선임차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착공신고가 건축허가를 얻은 다음 밟아야 하는 절차임을 감안하면 향후 3~4년 내 크래프톤의 신사옥 준공이 기대된다.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한 서울 가양동 옛 이마트 부지 개발사업 역시 본PF 전환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이스턴투자개발과 컨소시엄을 꾸려 지난 2021년 5월 6820억원에 사업장을 매입했다. 브릿지론은 작년 3분기 기준 7960억원이었으나 지난 23일 일부인 680억원에 대한 리파이낸싱을 완료해 8000억.


이 사업은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에 지하 5층~지상 21층, 연면적 14만559㎡ 규모의 지식산업센터, 판매시설,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한다. 사업추진 일정상 오는 3월 건축심의 접수, 하반기 건축허가 획득이 계획대로 이뤄지면 내년 3월 착공할 예정이다.


두 사업장은 대형 건설사가 시공사로 참여했고, 컨소시엄 방식을 활용해 다양한 기업이 사업주체로 참여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개별 기업이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보다 자본 투자에 대한 부담이 적고 안전하다는 게 장점이다. 입지조건 역시 과거 대형할인마트가 들어설 정도로 접근성이 빼어나다는 점에서 개발 완료 후 추가 수익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성수동과 가양동 옛 이마트 부지개발 사업은 오피스와 지식산업센터 등 비주거용 건물로 개발해 분양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 사업성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라며 "대형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시공을 담당한 만큼 책임준공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장"이라고 말했다. 


◆ 소규모 사업장, PF 위험 노출…자금조달 방식 다각화


사업 규모가 작거나 사업성이 열위한 사업장은 PF 대출채권 유동화 방식을 변경하며 '각자도생'에 나섰다. 사모사채 발행 또는 증권사 직접대출 전환 등 신용등급이 비교적 우량한 기업 및 기관의 보증을 통해 신용보강에 나서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이 시공을 맡은 대전 봉명동 주상복합 신축사업은 본PF전환을 위해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발급하는 PF 보증 심의를 최근 완료했다. 사업은 대전광역시 유성구 봉명동에 주상복합 개발을 추진 중이다. 현재 3556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4개월 만기의 유동화증권을 발행한 상태다. 해당 대출의 만기가 오는 3월 12일 도래하는 만큼 이 시기를 전후로 본PF 대출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서울 창천동 청년임대주택 개발사업은 최근 4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상환하고 신주 발행과 본PF 전환으로 1085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충당했다. 신주 발행은 시행을 담당한 맹그로브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리츠, REITs)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170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사업은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에 지하 3층~지상 20층, 288가구 규모의 역세권 청년임대주택 및 근린생활시설을 개발하는 것이다. 맹그로브제1호리츠의 자기자본 244억원과 주택도시기금 융자 176억원, 민간차입금(PF) 585억원, 임대보증금 225억원을 조달해 사업을 진행한다. 이 중 본PF 대출은 사모사채를 발행해 유동화했고 만기는 2027년 1월까지다. HUG가 보증을 제공하며 대출 구조에 안정성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지방 사업장 역시 일부 현장이 최근 대출 갈아타기 및 본PF 전환을 위한 신용보강을 추진하며 대출구조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북구 신안동 산2-3 일원에서 진행 중인 산이고운신용파크는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면서 770억원 한도의 PF 대출 만기를 1년 더 연장했다. 직전 대출의 이자율이 연 5.5~6.5%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대출 만기구조와 이자율을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변경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시공사인 산이건설은 이번 사업으로 최소 1219억원의 분양수익 확보가 기대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계기로 사업을 더 지체한다면 이자비용 등 손실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지역 우량사업은 본PF 전환이 이뤄지는 등 개발사업에 숨통이 트고 있는 반면 지방 사업장 및 소규모 사업장은 미분양 등 위험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사업장별로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비 대출의 차환위험 최소화와 신용 보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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