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業 M&A, 'KDB생명 매각 불발' 영향 받나
MG손보·ABL생명·롯데손보 등 매물 다수...비용 대비 낮은 성장성 걸림돌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3일 13시 3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생명타워 전경 (제공=KDB생명)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을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매각을 추진 중인 타 보험사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자금력이 풍부한 금융지주가 인수를 포기한 데는 금액 이외의 또 다른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시장 관계자들은 보험업 업사이드(성장가능성) 여부가 인수합병(M&A)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다른 보험사들의 매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최근 KDB생명을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를 최대주주(92.73%)인 KDB칸서스밸류PEF측에 전달했다. 하나금융은 구체적인 인수 포기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수자금에 대한 부담 보다 다른 문제가 더 크게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구주 매입 금액이 1000억원 이하로 줄었고, 경과조치를 통해 당장 납입해야 하는 금액도 그리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회사의 성장가능성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인구감소 추세를 고려하면 거시적인 관점에서 생명보험 업종은 업사이드가 높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핵심이다. 


새 회계제도인 IFRS17 도입으로 회사의 정확한 재무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점도 인수 포기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올해부터 적용된 IFRS17에서는 보험사의 계리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있는데 이것이 회계의 신뢰성을 저하시켰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새 회계제도가 적용된 이후 대부분의 보험사들 실적이 대폭 개선되며 이익 부풀리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순조로운 매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KDB생명 딜이 성사되지 않으면서, 업계에선 매각을 기다리는 다른 보험사들에 그 여파가 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제기된 하나금융의 인수 포기 요인들이 보험사 M&A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M&A 시장 침체도 지속되고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딜 실패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실제로 올해 유난히 보험사 매물이 많이 출회됐지만 성사된 M&A는 단 한 건도 없다. MG손해보험의 경우 매각 방식으로 선별적 부채이전(P&A)까지 택했지만 원매자를 찾지 못했다. 중국다자보험이 매각을 추진 중인 ABL생명은 지난 8월 본입찰 이후 재입찰을 진행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조만간 매각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는 롯데손해보험과 동양생명도 원매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매각-인수 측이 생각하는 밸류에이션 차이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매각측인 JKL파트너스는 3조원에 달하는 가격을 원하고 있지만, 회사의 시가총액은 7000억원에 불과하다. 다자보험의 또 다른 매물인 동양생명도 시가총액은 7665억원이지만 매각가로는 1조원 중반대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원매자들이 인수가를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를 포기하면서 보험사 업사이드에 대한 의구심도 커진 상황"이라며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회사 M&A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 시장 관계자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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