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파 M&A]
패션기업이 게임社 품은 이유
① 비히클 확보·자금조달 위해 VC 맞손…"킹스레이드 IP 확보 노림수"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8일 08시 4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베스파가 개발한 킹스레이드. (출처=베스파 홈페이지 갈무리)


[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의류 제조업체 루츠홀딩스가 코스닥 상장 게임사 베스파를 품에 안았다. 베스파가 회생절차에 돌입한 지 1년여 만이다. 패션기업이 주력 사업과 거리가 먼 게임사를 인수한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한 가운데, 일각에선 헐값에 '킹스레이드'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려는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베스파는 지난달 25일 서울회생법원에서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먼저 자기주식 약 43만주를 소각하고, 보통주 3주를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를 단행했다. 채권단과는 출자전환을 합의했다. 우리은행, 경남은행, 국민은행 등 채권자들을 대상으로 신주 약 942만주를 발행했다. 발행가액은 액면가(500원)다.


베스파는 출자전환 후 곧바로 10대 1 무상감자를 단행했다. 감자 후 발행주식수는 1201만2288주에서 119만9719주로 줄었다. 창업자 김진수 대표의 지분율은 1.8%(8만5333주)로 급감했다. 5% 이상 지분을 들고 있던 투자사의 자산가치도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올 6월말 기준 베스파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투자사는 두 곳. 소프트뱅크벤처스가 '미래창조 네이버-에스비 스타트업 투자조합'으로 7.8%, SL인베스트먼트가 '미래창조 SLI Creative Mobile 투자펀드'로 6.7%를 들고 있었다. 두 차례 감자 후 이들의 보유 지분 가치는 약 1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불행 중 다행으로 투자원금은 이미 회수한 상황이다.


루츠홀딩스는 베스파 주요 주주들의 지분이 크게 희석된 이후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컨소시엄을 구성한 티나코퍼레이션과 함께 총 35억1000만원어치 주식과 전환사채(CB)를 매입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보통주 신주와 CB를 모두 액면가로 인수하며 특별결의를 통과시킬 수 있는 최소 요건(지분율 70% 이상)을 확보했다.


이사회 장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1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이사 5명과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할 예정이다. 김제봉 루츠홀딩스 대표, 김영섭 루츠코퍼레이션 이사회 의장, 배기홍 티나코퍼레이션 대표 등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베스파 M&A에 국내 벤처캐피탈 오라인베스트먼트가 깊숙이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라인베스트가 루츠홀딩스 지분 47.2%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데다, 게임·콘텐츠 투자에 주력하고 있는 투자사라는 점 때문이다.


오라인베스트는 2021년 12월 설립된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다. 그동안 고유계정(자기자금)을 활용해 오디션, 프리스톤테일 등 게임을 개발한 아이톡시와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판쇼라이브' 운영사 판씨앤씨에 투자했다.


투자심사역들도 게임·콘텐츠 업계에서 잔뼈가 굵다. 특히 초대 수장인 박정필 대표는 네오위즈게임즈, 드래곤플라이, CJ인터넷, NHN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 등을 거친 게임 투자 업계 산증인이다. 베스파 M&A 계약 체결 한 달 뒤인 지난 9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번 딜에 관여했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바통을 이어받은 권영국 신임 대표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회사 '아크릴' 등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재무·컨설팅 분야를 도맡아 왔다. 이밖에 오라인베스트 관계사에 재직 중인 변종섭씨도 박정필·권영국 대표와 오래 전부터 합을 맞춰온 사이다. 변씨는 과거 네오위즈게임즈, 마이뉴칠드런 등을 거쳐 스마일게이트 부사장을 역임했다. 오라인베스트가 투자한 아이톡시(당시 와이디온라인)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루츠홀딩스와 티나코퍼레이션이 M&A를 위해 급조된 법인이라는 점도 오라인베스트가 이번 딜 구조를 주도적으로 설계했을 것이란 분석에 힘을 싣는다. 두 회사는 올해 7월 자본금 100만원으로 나란히 설립됐다. 루츠홀딩스는 지난 9월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약 11억원으로 늘리긴 했지만, 아직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베스파는 현재 게임 개발을 총괄했던 공동창업자를 비롯해 핵심 개발인력이 모두 이탈한 상황이다. 김 대표와 루츠홀딩스 관계자들만 재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자금 조달을 통한 후속작(킹스레이드2) 개발이 쉽지만은 않아 보이는 이유다.


벤처캐피탈 한 관계자는 "후속작 출시를 위한 개발인력이 남아있지 않은 게임사를 인수한 건 베스파가 보유한 IP의 가치를 높게 판단해서일 것"이라며 "추가 자금을 투입해 기업가치를 키우는 것보단 자산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베스파는 2013년 설립된 모바일 게임 개발사다. 2017년 출시한 킹스레이드가 대박을 터뜨리며 이듬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단일 IP로만 1200억원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후속작의 흥행 부진과 무리한 연봉 인상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왔다. 작년 하반기엔 대규모 권고사직을 단행한 뒤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후 올해 4월 밸런서즈컨소시엄을 M&A 우선협상자로 선정하고 경영권 매각을 타진했으나 불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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