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매각설' 한화저축은행 품을까
김동관 부회장 계열로 분류…제조-금융 후계 경영체제 교통정리 '주목'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3일 11시 1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 본사 전경.(제공=한화)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한화그룹의 금융 계열사인 한화저축은행의 매각설이 불거지면서 누가 새 주인이 될 지 주목된다. 최근 한화저축은행의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악화로 매물로서 가치가 급락하면서 외부에서 제값을 지불할 인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그룹은 오너가 장남인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제조업과 금융으로 각각 분리해 경영승계 구도를 그리고 있다. 한화저축은행이 김동관 부회장이 맡고 있는 한화솔루션 계열이라는 점에서 그룹내 지배구조 변동을 통해 외부 매각이 아닌 김동원 사장이 맡고 있는 금융계열사 편입 가능성이 제기된다.       


◆ 저축銀 매각 시 차남 김동원 체제 '한화금융' 윤곽


13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그룹은 계열사인 한화저축은행 매각을 위한 잠재적 인수 후보자에 대한 시장 수요조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저축은행은 중소기업여신 중심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업계 중위권 저축은행이다. 1997년 12월 새누리상호신용금고로 설립됐으며, 1998년 1월 한보상호신용금고의 자산과 부채를 계약이전 받았다. 2008년 한화그룹에 편입된 한화저축은행은 2011년 현재의 상호로 변경했다.

한화저축은행은 꾸준히 매각 작업을 추진하는 분위기다. 한화그룹은 올해 초부터 별도의 자문사 없이 직접 원매자를 물색, 몇몇 금융사와 협상 테이블을 차렸으나 거래가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와 원매자의 눈높이가 컸던 터라 의견을 모으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최근엔 사모펀드(PEF)와의 거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과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위기에 처한 누나 김영혜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축은행을 떠안았다. 김 회장은 2008년 제일화재해상보험(이후 한화손해보험과 합병)과 자회사인 새누리상호저축은행(현 한화저축은행)을 인수했지만, 금융당국의 권고로 인수 직후 2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밑 빠진 독'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제공=한화그룹)

한화그룹이 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김승현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승계구도가 연관돼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화그룹은 에너지·방위산업은 김 부회장, 금융은 동생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맡고 있다. 이에 따라 그룹 승계 구도에 대한 교통정리 차원에서 저축은행 매각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화저축은행의 모회사는 합성수지 및 기타 플라스틱 물질 제조업체인 한화글로벌에셋(지분 100%)이다. 한화글로벌에셋은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한화솔루션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주사인 한화가 36.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한화자산운용, 한화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등 그룹 금융계열사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반면 한화저축은행은 홀로 김 부회장의 관리 아래에 남아 있어 정리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이 빠른 시일 내 저축은행을 매각하고 금융업에서도 3세 경영 체제를 확고히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저축은행이 매각에 성공하면 현재의 3세 후계구도가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 그룹 내 '알짜 금융계열사→애물단지' 입지 추락


과거 한화저축은행은 한화그룹 금융계열인 한화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등과 비교했을 때 자산 규모는 작지만 알짜 회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한화저축은행은 지난 몇 년 간 매년 1~2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올 들어 저축은행 업황 전반의 부진으로 실적 하락세를 겪고 있지만, 지난해만 해도 전년 대비 15% 증가한 215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저축은행의 총자산은 1조6144억원으로 국내 저축은행 79곳 중 27위다. 현재 한화저축은행 몸값은 2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화저축은행은 한화그룹 안에서도 '애물단지'로 취급되는 분위기다. 올 들어 한화저축은행은 수익성과 생산성 등 주요 재무지표가 일제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업황 악화에 따른 수익성 하락은 향후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저축은행의 지난 상반기 순이익은 49억원으로 전년 동기 107억원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이에 따른 총자산이익율(ROA)도 지난해 상반기 1.55%에서 0.96%로 0.59%p(포인트) 하락했다.



생산성 지표도 모두 하락했다. 한화저축은행의 상반기 말 기준 직원 1인당 충당금정립전이익은 1억2000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1억9000만원 대비 37%나 줄었다.


여기에 직원 1인당 예수금과 대출금 모두 두 자릿수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원 1인당 예수금은 13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18억원) 줄었다. 대출금은 118억원으로 15.7%(22억원) 축소됐다.


◆ 연체율‧고정이하여신비율 등 건전성 악화 '이중고'


수익성 악화에 더한 건전성 하락도 악재로 꼽힌다. 올 들어 한화저축은행의 연체대출비율(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자산건전성 지표가 악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말 기준 한화저축은행의 연체율은 4.47%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9% 대비 2.18%포인트 올랐다.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1.59%에서 3.19%포인트나 치솟은 4.78%를 기록, 5%대에 육박하는 모습이다.


건전성 악화가 대손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당분간 수익성 반등 전망이 높지 않다는 평가다. 실제로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파른 금리 상승 등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등 대출채권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충당금 적립 강화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및 대체투자 부실 위험이 커진 점도 부담 요인이다.


전문가들 역시 건전성 악화가 수익성 제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당분간 저축은행 업계의 건전성 저하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체율 상승 등으로 대손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 수익구조 안정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