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는 '밸류업', 보험사 주가 향방은
앞선 기대감에 한 달 새 33% 급등…후폭풍 가능성도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6일 16시 3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삼성화재, 한화생명)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 내용이 기대와 달리 빈약하고 강제성도 없어 그동안 정책 기대감에 올랐던 주가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보험주는 정책 기대감에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 가운데서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만큼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26일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한국거래소 등과 함께 마련한 '기업 밸류업(value-up) 지원방안'을 공개했다. 핵심은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이 스스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공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공시 우수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 방안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다. 1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언급했던 것 이상의 내용도 없고 강제성도 없기 때문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상장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될 수 있도록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시 법인세 감면 등 세제 혜택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런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의 지원 방안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시장에서는 투자 심리가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밸류업 지원방안은 한국 기업과 주식시장의 체질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단기적으로 앞서간 시장의 기대와 이로 인해 급등한 저PBR주들의 후폭풍은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지원 방안이 공개되기 전 증권가에서는 금융당국이 상장기업에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책을 강제할 수 있는지가 향후 증시에 핵심 사안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정책이 강제성을 띤다면 증시 내 '밸류업 훈풍'은 이어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차익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세부안 중 가장 중점적으로 볼 부분은 금융당국이 상장기업에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책을 강제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일본처럼 PBR 1배 달성을 위한 방안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다면 시장에서 밸류업 기대로 주가가 오른 업종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그러나 만약 기업 자율에 맡기는 권고 형태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꾸려진다면 차익 매물이 나올 공산이 크다"며 "특히 밸류업 프로그램 논의 이후로 한국 증시에 대규모로 들어온 외국인이 다른 행보를 보일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주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표 수혜주로 꼽히며 최근 한 달 사이 주가가 크게 급등한 만큼 주가 하락을 향한 투자자들의 걱정도 클 수밖에 없다.


보험을 비롯해 자동차, 증권, 은행 등 저PBR 종목의 경우 최근 한 달 사이 주가가 크게 올랐는데 특히 보험주가 가장 많이 올랐다. 보험, 자동차, 증권, 은행 등 업종은 1월24일부터 2월23일까지 각각 33%, 27%, 26%, 17%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보험주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한화생명 등 대형 보험사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주주환원 강화 정책을 구체화하겠다고 했던 점에서도 이날 지원 방안 발표의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보험사들은 최근 진행한 2023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이나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보고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정부의 지원 방안에 이렇다 할 내용이 담기지 않은 만큼 정책 마련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험사들의 주주환원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없어 답답함이 커지고 있다.


이날 KRX보험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30% 하락한 1885.87로 장을 마감했다. 회사별로는 한화손해보험(-11.17%), 한화생명(-9.60%), 현대해상(-7.07%), 삼성화재우(-4.26%), 삼성생명(-3.56%) 등 하락폭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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