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손잡은 삼성그룹, 은행업 공백 메울까
모니모 활성화 목적, 은행업 발판 쉽지 않아…마케팅 난관도 변수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2일 16시 4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삼성그룹이 그간 빈자리로 남았던 은행업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냈다. 금융계열사 통합앱 '모니모'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과 손을 잡으면서다. 이번 제휴가 향후 은산분리로 막혔던 은행업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사다. 금융권에서는 여러 선결 과제로 인해 은행업 진출을 위한 발판을 당장 마련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금융네트웍스(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는 12일 모니모의 우선협상대상자로 KB국민은행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금융네트웍스는 지난달 말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과 케이뱅크에 모니모 운영을 위한 협력을 제안했다. 이중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케이뱅크 3사가 참여 의사를 밝히고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으며 국민은행이 최종적으로 제휴를 맺게 됐다. 


삼성금융네트웍스는 선정 기준으로 △모니모 활성화 △고객 혜택 강화 △IT보안 및 안정성 확보 등을 세부 사항으로 정하고 후보자 검토를 진행했다. 그 결과, 국민은행을 최종 협상자로 선정했다. 


본 계약은 조만간 국민은행과의 세부 서비스 내용을 확정한 후 체결하기로 했다. 이후 혁신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아 연내 새로운 제휴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스템 구축비용 등은 삼성금융네트웍스와 국민은행이 분담을 통해 집행될 예정이다.


삼성금융네트웍스 관계자는 "모니모 제휴에 필요한 시스템을 삼성금융네트웍스와 국민은행이 각자 개발해 모니모에 통합시키는 방식"이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각자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니모는 삼성금융네트웍스가 공동으로 개발해 지난 2022년 4월 선보인 통합앱이다. 간편결제, 자산조회, 무료송금, 보험금 청구 등 삼성금융계열사의 카드·보험·증권 서비스를 한 곳에 담았다. 다만 은행 서비스가 없다는 한계로 인해 이용자 성장세는 금융지주 통합앱에 비해 더딘 모습을 보여왔다. 삼성금융네트웍스에 따르면 현재 모니모 월간활성이용자(MAU)수는 약 400만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런만큼 사용자 수 확대가 이번 제휴의 우선 목표다. 모니모는 선불 충전금인 '모니머니'의 활용이 핵심이다. 국민은행과 제휴를 통해 모니머니를 예치금처럼 쓸 수 있다면 사용자 확대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어서다. 앞서 혁신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은 네이버파이낸셜과 하나은행의 경우도 네이버페이의 선불충전금을 하나은행 제휴계좌에 예치해 이자이익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번 제휴를 단순 통합앱 활성화 목적으로만 보지 않는 시각도 있다. 현재로서는 삼성그룹이 은행업과 연계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간 막혀 있던 은행업에 진입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에서다. 


삼성그룹은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은행 없는 금융업을 오랫동안 영위해왔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은산분리로 인한 지분 제한이 크게 완화돼 있지만 삼성그룹은 이같은 완화 대상 기준에 포함되지 않아 사실상 진입이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 들어 기존 시중은행들의 독점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점도 이번 제휴의 의미를 단순하게 보지 않았던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앞선 총선 결과로 인해 당장은 이같은 그림이 현실화 되기 힘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자금융업법 개정 등을 통한 지급결제업 허용이 은행업 진출의 전제조건으로 꼽히는데 현 상황에서는 규제완화가 힘들어졌다는 관측에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전에는 기존 은행의 독점을 풀어준다는 기대감이 있었다"며 "총선 후에는 이같은 정책의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제휴는 맺었지만 당장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난관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행법상 고객정보 공유가 안된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고객별로 마케팅 동의를 별도로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공동마케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순 마케팅으로 MAU는 늘릴 수 있겠지만 실질적인 수익모델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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