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시장 왜곡]
롯데쇼핑 회사채, 대거 '손절 물량'…무슨일?
①주관 증권사, 수요예측 직접 참여 금리하락 주도…유통시장서 손실 매도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9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지난 10일 발행한 롯데쇼핑 회사채가 수일간 헐값에 쏟아졌다. 발행된 지 일주일 남짓한 채권이 낮은 가격에 풀리는 것은 이례적으로, 시장에서는 증권사들이 발행 주관을 맡기 위해 낮은 금리로 수요예측에 참여한 뒤 손해를 보면서 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 전반에 크레딧 리스크가 부각돼 롯데쇼핑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된 상황과 대표주관을 맡아 관계를 쌓아가야 하는 증권사들의 입장이 규제 사각지대 속에서 맞물려 시장 질서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최대 25bp' 손해보면서 1600억원 매도…"애초 거짓된 투자수요"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이 지난 10일 발행한 2700억원 규모 회사채(제96-1회·2회·3회)는 발행 다음 날인 11일부터 전날인 17일까지 1600억원 규모 물량이 유통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전체 발행물량의 약 60% 불과 일주일 사이 유통시장에서 매도된 것으로, 롯데쇼핑 회사채를 청약한 상당 기관들이 허수 물량이었던 것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시장의 눈길을 끈 것은 매도금리다. 이 기간 매도된 물량은 롯데쇼핑의 개별민평금리보다 최대 25bp(1bp=0.01%포인트) 높은 금리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채권 수익률과 채권 가격은 역의 관계로, 롯데쇼핑 회사채를 인수한 특정 주체들이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팔아치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통상적인 채권 거래의 방식과 거리가 멀다. IB업계 관계자는 "채권 투자는 만기까지 보유하면서 이자를 챙기는 캐리 수익과 만기 전 채권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딜링 수익이 목표"라면서 "롯데쇼핑의 이번 회사채 발행금리는 만기별로 4% 후반대에 형성돼 만기까지 보유해도 캐리 수익이 나쁘지 않은 조건인데 굳이 손실을 보면서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상식적인 상황이 아니다"고 짚었다.


이어 "주관사들이 인수한 채권은 내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통상 20영업일 이내 매도해야 한다"며 "애초부터 보유할 의도가 없었던 증권사들이 '거짓된 수요'를 형성, 회사채 물량을 인수한 뒤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급하게 시장에서 던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주관사들이 개별민평 밑으로 2년물 모집액 채워…왜곡된 발행금리


롯데쇼핑은 이달 4일 2000억원 규모 공모채 수요예측에 나서 8700억원의 투자수요를 확보, 총 2700억원 규모로 증액해 지난 10일 발행을 마쳤다. 발행금리도 2년·3년·5년 등 만기별로 롯데쇼핑의 개별민평금리 대비 -1bp~+2bp 수준에서 확정됐다. 지난달 말 롯데지주·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연쇄적으로 신용등급 강등에 처한 이후 그룹 내 첫 공모조달에 나선 상황을 고려하면 선방한 결과로 여겨졌다.


다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롯데쇼핑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몰린 투자수요 가운데 상당 부분은 주관 증권사들이 직접 참여한 물량으로, 순수한 시장의 수요가 아니었던 셈이다. 이번 롯데쇼핑 회사채 발행에는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DB금융투자 ▲키움증권 등 무려 7개 달하는 증권사가 주관사단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인수단으로는 NH투자증권·대신증권·IBK투자증권 등 세 곳으로 꾸려졌다.


실제로 수요예측 결과를 보면 주관 업무를 맡은 증권사들은 낮은 금리로 수요예측에 참여해 낙찰금리 하락을 유도했다. 롯데쇼핑 제96-1회(2년 만기) 수요예측에서 주관사단에 포함된 신한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각각 100억원씩 -11bp로 가장 낮은 금리로 매수 주문을 넣었다. 이어 키움증권(-10bp·100억원), 삼성증권(-2bp·200억원), DB금융투자(0bp·200억원) 등 나머지 주관사들이 매수 물량을 채웠다. 이들 주관사들이 롯데쇼핑의 개별민평 이하 금리로 주문한 금액은 총 700억원으로, 롯데쇼핑이 2년물에 배정한 금액(600억원)을 웃돈다.


증권사 관계자는 "롯데쇼핑 2년물에 몰린 유효수요는 총 6600억원이었는데 이 중 절반이 밴드 최상단인 +30bp를 써냈다"며 "사실상 시장에서 형성되는 금리는 오버 금리인데 주관사들이 밴드 하단에서 주문을 쏟아내면서 결과적으로 롯데쇼핑의 회사채 발행금리도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주관사들의 주문만으로도 모집금액인 600억원을 채울 물량이 모이다 보니 사실상 가격 왜곡을 주도한 것"이라며 "애초 보유 목적의 투자가 아니었고 내부 컴플라이언스로 인해 이른 시일 내 매각 하는 과정에서 유통시장 손실 매도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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