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성증권 연이은 미매각…리테일 수급 '부담'
푸본현대생명, 500억 모집 대비 수요 10억…롯데손해보험·CGV도 모집액 못 채워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8일 18시 5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지난달 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에 이어 이달 CJ CGV 신종자본증권, 푸본현대생명보험 후순위채 등 공모 자본성증권 발행에 나선 기업들이 연달아 미매각에 처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연초 금융지주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이후 리테일 시장에서 자본성증권 공급 과잉에 처한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수급 부담이 해소될 때까지는 당분간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5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위해 전날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매수주문은 10억원에 그쳤다. 푸본현대생명의 후순위채 신용등급은 A+(부정적)로 이번 공모 희망금리밴드는 6~6.8%로 제시했다. 당초 푸본현대생명은 수요예측 흥행 시 최대 1000억원 규모까지 증액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미매각이 발생하면서 사실상 증액은 어렵게 됐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4월에도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 미매각에 처했지만, 당시 크레디트스위스(CS) 코코본드 상각 사태 이후 국내 첫 자본성증권 발행이었기에 시장의 경계감이 강한 탓으로 풀이됐다. 불과 두 달 뒤에 후순위채 발행을 재개해 오버부킹에 성공, 푸본현대생명의 펀더멘탈에 대한 시장의 시각은 여전히 우호적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푸본현대생명에 앞서 이달 6일에는 CJ CGV가 12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투자수요는 240억원뿐이었다. 지난달에는 롯데손해보험이 800억원 규모 후순위채 수요예측에서 480억원의 자금을 받는 데 그쳐 미매각에 처했다.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이다. 통상 금융회사는 자본적정성 지표 관리를 위해, 일반 기업은 부채비율 개선을 위해 발행한다.


연이은 자본성증권 미매각을 두고 IB업계에서는 리테일 시장에서의 공급 부담을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가 각각 400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을 찍은 데다가 메리츠금융지주(2000억원), 제주은행(500억원) 등도 발행에 나서면서 리테일 시장에 2조원에 육박하는 자본성증권 물량이 쏟아진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증권은 주로 높은 금리를 앞세워 증권사 리테일 창구에서 소화되는 채권"이라며 "연초 상대적으로 우량한 신종자본증권 발행 물량이 많았던 데다가, 경쟁 관계라고 할 수 있는 A급 이하 일반 회사채 발행도 올해 초 이례적으로 늘어나면서 수급상 부담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리테일 시장에서 공급과잉이 해소될 때까지 당분간 자본성증권 발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기발행된 물량이 어느 정도 소화돼야 다음 물량에 대한 참여도 이뤄지는 건데, 리테일 시장에서 소화가 되는 속도보다 발행 물량이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 보니 시장에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현재의 공급과잉이 해소될 때까지는 한 템포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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