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한루프' 홈쇼핑과 유료 방송사업자의 갈등
수익성 놓고 양 측 입장 극명히 대립…정부 첫 개입에 결과는?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5일 16시 0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TV홈쇼핑협회


[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지난해 홈쇼핑사들은 일부 종합유선방송사(케이블TV)와 인터넷TV(IPTV)에 송출을 중단하는 극단적 결정을 내렸다. TV 시청자 감소로 관련 매출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송출수수료 비용이 해마다 늘어나면서 홈쇼핑사들의 수익이 내리막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사가 케이블TV, IPTV 등 유료방송 사업자에 채널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이다.


작년 8월부터 CJ온스타일을 비롯해 롯데·현대·NS홈쇼핑 등 주요 홈쇼핑사들이 ▲LG헬로비전 ▲딜라이브 강남케이블TV ▲KT스카이라이프 등 케이블TV와 ▲LG유플러스(IPTV)에 방송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2022년 기준 홈쇼핑사들의 방송 매출액(2조8998억원) 대비 송출 수수료(1조9065억원) 비중은 65.7% 수준이다. '빅4' 홈쇼핑사가 연간 3600억원을 웃도는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송출 중단에 납득이 간다.


송출 중단 사태에 관심이 쏠렸던 것은 단순히 두 업계의 갈등이 아닌 전체 유료방송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사업자는 고객에게 받는 수신료와 홈쇼핑의 송출수수료를 재원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송채널 사용사업자(PP)에게 사용료를 지급한다. 유료방송 사업자의 입장에서 TV 시청자 감소로 수신료가 줄어든 것에 더해 송출수수료 마저 축소되면 콘텐츠 사용료 지급 여력이 줄어들고, 이는 양질의 콘텐츠 제작이 부족해지는 사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아울러 송출 중단으로 나아간다면 매출처 감소에 따른 거래 당사자(홈쇼핑), 제조·유통사업자, 홈쇼핑 이용자까지 줄줄이 피해가 예상된다. 유료방송 사업자가 각 채널에 배분하는 송출 수수료가 상승할 가능성도 크다.


나아가 송출 중단 사태가 만성화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도 송출수수료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홈쇼핑 업계에선 TV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대로 유료방송 측은 유익한 콘텐츠 창출에 필요한 재원이 줄어든다고 호소한다. 각 사업자의 영리가 달린 사안이라 물러설 수도 없다.


다행히 현재 두 업계는 임시적으로 갈등을 봉합한 모양새다. 협상 시한을 앞두고 극적 합의에 이르거나 기한을 연장하면서 송출 중단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롯데홈쇼핑(딜라이브), 현대홈쇼핑(LG헬로비전), NS홈쇼핑(LG유플러스)은 방송을 이어가기로 협의했다. CJ온스타일은 LG헬로비전과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언제든지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대홈쇼핑은 KT스카이라이프와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에 지난해 10월 대가검증협의체 구성을 요청한 뒤, 협의체 중재로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대가검증협의체는 구조적으로 누적된 양쪽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2018년부터 정부가 제도적으로 운영하는 협의체다.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그간 관망세를 취했던 정부가 개입에 나섰다는 점이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가검증협의체나 분쟁중재위원회를 꾸리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현대홈쇼핑과 KT스카이라이프간 대립의 중재에 나선 정부의 행보에 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태다.


송출수수료 문제가 야기된 지 길게는 5년이 지났다. 정부가 첫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이니 만큼 수수료 산정 방식의 적절성을 면밀히 따져야 할 때다. 소방수를 자처한 정부의 잘 만든 소화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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