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디파이 무관심 이유는
언어 장벽, 편리한 중앙화 거래소 UX, 막연한 두려움 등 원인 꼽혀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9일 17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픽사베이)


[딜사이트 황지현 기자] 국내 성인 중 절반이 가상자산 보유 경험이 있을 만큼 가상자산 투자에 관심이 많지만, 그에 비해 디파이(탈중앙화 금융·DeFi) 이용도는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저조한 디파이 이용률의 원인으로 편리한 중앙화 거래소와 디파이 프로젝트에 대한 두려움 등을 꼽았다.


29일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국내 레이어1 블록체인 클레이튼에는 37개의 디파이 애플리케이션이 있고, 총예치금액(TVL)은 6261만달러(약 837억원)다. 이는 글로벌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아비트럼(약 21억달러), 솔라나(약 14억달러)에 비해 많게는 30배 넘게 낮은 수치로,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활용한 디파이 이용률이 그만큼 저조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코인마켓캡 기준 국내 1·2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은 전 세계 중앙화 거래소 중 10위, 12위를 차지할 만큼 높은 순위를 보여준다. 그만큼 가상자산 투자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눈길을 끄는 건 두 지표를 통해 블록체인과 관련한 국내 투자자들의 성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과 달리 블록체인 프로젝트(디파이)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플랫폼 유형별 동아시아 국가 가상자산 활동 점유율과 글로벌 평균 비교 (제공=체이널리시스)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체이널리시스의 '2023 글로벌 가상자산 도입 지수 - 동아시아 보고서'에도 이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한국 가상자산 거래량의 약 68.9%는 중앙화 거래소에 몰려있고 디파이 거래량은 26.1%에 불과하다. 반면 동아시아 중 홍콩과 대만은 중앙화 거래소보다 디파이 거래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로 봐도 중앙화 거래소와 디파이 거래량은 고르게 분포돼 있다.


결국 국내 가상자산 투자 수요가 디파이 이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국내 디파이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디파이 이용이 저조할까. 업계에서는 ▲언어적 장벽 ▲국내 중앙화 거래소의 편리한 UX·UI ▲막연한 두려움 ▲디파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정적인 입장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우선 클레이스왑, 스왑스캐너, 오르빗브릿지 등 국내 디파이 프로젝트 외에 대부분 디파이 애플리케이션과 사이트는 영어를 기준으로 설정돼 있다. 번역기를 통해도 디파이 용어가 복잡할뿐더러 제대로 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디파이 이용에 높은 장벽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중앙화 거래소의 편리한 UX·UI가 디파이를 이용할 유인을 낮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금융시스템의 높은 신뢰도와 업비트·빗썸 등 중앙화 거래소는 디파이 플랫폼보다 UX·UI가 뛰어나다. 업계 후발주자로 등장했던 업비트가 간편한 UX·UI를 앞세워 1위 자리를 차지해 다른 거래소들도 일제히 편리한 거래환경 조성에 앞장섰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은 낯설고 영어로 된 디파이보다는 익숙한 언어로 편리한 거래환경이 조성된 중앙화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현우 쟁글 대표는 "디파이 플랫폼의 복잡한 UX 대비 한글로 된 문서가 부족하기도 하고 간편한 금융 UX에 익숙한 국내 이용자들에게는 디파이 사용 경험이 더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과거 테라·루나 사태 이후 낮아진 디파이에 대한 신뢰도 역시 낮은 디파이 이용으로 이어지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오지스의 오르빗 브릿지의 해킹으로 보완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디파이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위험하다고 인식되는 디파이에 가상자산을 투자하기보다 상대적으로 법적 안전망이 갖춰진 중앙화 거래소를 이용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디파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정적인 입장도 국내 투자자들이 디파이 시장 접근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디파이 시장에서 중심이 되는 스테이블코인과 스테이킹(예치), 렌딩(이자) 서비스를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특히 AML(자금세탁방지), 트래블룰, KYC 등의 투자자 보호 조치의 일환으로 이같은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규진 타이거 리서치 대표는 "이런 규제 환경으로 인해 국내 투자자들이 디파이 시장에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데, 구체적으로  On·Off Ramp(법정화폐의 가상자산화)를 국내 5대 거래소를 통해야 한다는 점, 국내 5대 거래소에서의 해외거래소 또는 지갑 송금할 때 화이트리스트로 선정된 곳에만 보낼 수 있는 등이 그 예"라며 "이 외에도 블록체인게임 시장도 국내 게임산업발전법의 게임 아이템의 환전 및 사행성 조장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게임파이(GameFi)의 산업 진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는 디파이에 대한 수요가 낮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국내에서도 디파이 시장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음 사이클이 도래했을 때 투자자들은 단순히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높은 수익률과 혁신성을 보여주는 디파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