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에서]
서른일곱 번 째 꽃송이를 기다리며
작년 국산신약 허가 '0건'…제일약품‧LG화학 '37호' 주인공 기대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8일 08시 2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Pixabay)


[딜사이트 박관훈 차장]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이 많이 있나요?" 얼마 전 만난 지인이 대뜸 내게 물었다. 서로의 근황을 묻던 중 담당하던 산업군이 '제약‧바이오'로 바뀌었다는 소식을 전했고 이어 나온 질문이었다. 당황한 기색을 애써 감추고 요령껏 얼버무렸다. 몇 마디 대화가 더 오갔지만 나의 일천함을 간파한 건지, 그는 더 이상 집요하게 묻지 않았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36. 건국 이래 지금까지 국내 제약사가 개발해 허가를 받아 낸 신약의 수다. 흔히 제약 산업의 꽃은 신약개발이라고 하는데, 그 동안 국내 제약사가 터트린 꽃 봉우리가 서른여섯 송이밖에 안된다니. 예상보다 적은 수에 놀랐고, 지난해에는 그마저도 없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신약 개발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숫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하면 신약은 국내에서 이미 허가된 의약품과 화학구조 또는 본질 조성이 전혀 다른 새로운 신물질 의약품을 뜻한다. 통상 신약개발 과정이 10년에서 15년은 걸린다고 하니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라는 말도 과언이 아니다.


신약(新藥)의 사전적 의미는 말 그대로 '새로운 약'이다. 기존 약물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거나 새로운 기전에 의한 새로운 약물로서의 '독창성'과, 효과와 안전성 면에서 기존 약제보다 현저하게 개선된 약물로서의 '우월성'이 모두 충족돼야 신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국산신약 1호는 1999년 SK케미칼의 '선플라주'다. 첫 번째 국산신약이 허가된 이후 32년 만인 2022년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대한민국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제35호 신약으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대웅제약은 2021년 국산 34호 신약인 '펙수클루'를 허가받은 것에 이어 36호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의 품목허가를 완료, 2년 연속 신약 허가를 달성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국내 규제당국이 허가한 자체 개발 신약 등록 건수가 0건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나라 밖에서는 상반된 분위기를 보였다.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글로벌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잇따라 신약을 등장시키며 K-제약바이오의 저력을 확인시켜줬다. 올해 새로운 국산신약의 탄생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37호 국산신약 후보로는 제일약품의 '자스타프라잔', LG화학의 '티굴릭소스타트' 등이 언급된다. 자스타프라잔은 위식도역류질환 P-CAB 계열의 치료제다. 상반기 중에 승인 받을 가능성이 크다. 티굴릭소스타트는 통풍치료제 후보물질로 유럽에서 임상 3상 시험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및 국내 임상 3상을 승인받아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는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신약을 공개하는 등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대규모 임상 3상을 실시하는 기업들도 대거 예정돼 있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약개발은 성공하는 순간 제약사를 정상으로 올려놓기도, 개발 실패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해. 국내외로 K-제약바이오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지금. 37번째 차세대 국산신약의 개발과 글로벌 신약으로의 비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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