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짝퉁 단속, 개별 기업에게 전가하나
정부, 가품 원천 봉쇄 위한 법적 제도·감시기구 설립 등 노력해야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0일 10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배우 마동석이 출연한 알리익스프레스 광고 (사진=유튜브 캡처)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가 올해 10월 국정감사에 불려나와 호되게 혼났다. 블랙야크 등 국내 브랜드 제품을 위조해 제조된 이른바 짝퉁(가품)을 헐값에 유통했기 때문이다. 올해 8월까지 이 플랫폼에서 적발된 가품 건수만 이미 4만 건이 넘는데도, 알리는 한국 전체 거래량 대비 가품 이의제기 비율이 0.015%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해 뭇매를 맞기도 했다.


국감에 참석한 의원들은 알리에게 '많은 자원을 투입해 지식재산권(IP)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긴 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플랫폼 내엔 국내 브랜드 가품이 노출되고 있다. 일례로 수십만원짜리 삼성전자 갤럭시 워치가 3만원에 떡하니 판매되는 중이다.


이에 따른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은 2019년 기준 국내 산업이 해외에서 지식재산권 침해·위조로 본 피해액만 22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가품 근절이 안되면 피해를 보는 건 소비자 뿐 아니라 브랜드를 영위하는 기업도 해당한다.


가품 유통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배경엔 정부의 대응책 부재로도 볼 수 있다. 아무리 국감에 출석 시켜 큰 소리로 질타한들 원천적인 해결책 제시 없인 결국 알맹이 없는 아우성에 불과하다.


결국 '목마른 놈이 먼저 우물을 판다'고 했던가. 정부가 나서지 않으니 자체적으로 발 벗고 가품 근절을 이끈 기업이 있다. 바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LG생활건강의 더히스토리오브후 화장품은 중국에서 굉장한 인기를 얻어 가품이 생산·유출되는 사례가 지속 발생했다.


이에 두 회사는 위조품 유통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중국 소재 가품 제조 공장이나 창고를 직접 찾아내 형사 단속을 진행했다. 아울러 코트라가 주관하는 위조품 식별설명회 등 민관 협력 절차에 적극 참여해 자사의 지식재산권 현황·위조품 식별에 필요한 내용 등을 알려왔다. 양사의 노력은 효과가 있었다. 실제로 K뷰티의 대표 상품 설화수와 더히스토리오브후 등의 화장품은 알리에서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어떠한 정부의 도움 없이 자구적인 노력으로 가품 근절에 성공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발자취를 똑같이 밟을 순 없는 노릇이다. 개별 기업이 상표권·지식재산권을 지키고 가품에 대응하기엔 범위가 광범위할 뿐 아니라 막대한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이같은 투자를 감당하긴 불가능하다.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응책 마련 없인 해외서 국내 브랜드의 가품이 생산·판매 되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 결국 이 같은 문제를 타계하기 위해선 정부가 적극 나서 가품 유통 원천 봉쇄를 위한 법적 제도를 마련하거나 감시 기구를 설립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기자수첩 817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