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스포츠 정책 지원, 또 '말잔치'는 아니겠죠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전에 e스포츠 거듭 이목…실제 정책 지원으로 이어져야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2일 08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국가대표팀이 9월 29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 FOP아레나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열린 시상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 (출처=아시아e스포츠연맹 홈페이지)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e스포츠는 얼마 전 끝난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 중 하나로 꼽혔다. 이번 대회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FC 온라인', '스트리트 파이터 5', '왕자영요', '몽삼국', '도타 2' 등 7개 게임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 대회 입장권 가격은 400위안(약 7만3000원)가량으로 집계됐다. 다른 종목 입장권 가격이 50위안(약 9000원)이나 100위안(약 1만80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가장 비싼 수준이다. 그럼에도 입장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e스포츠는 아시안게임 종목 중 유일하게 복권 추첨 방식으로 입장권이 판매되기도 했다. 그만큼 e스포츠가 대중의 주목을 받는 종목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에게도 이번 대회는 좋은 성적을 거둬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을 살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국 e스포츠 국가대표팀은 리그 오브 레전드와 스트리트 파이터 5에서 금메달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서 은메달을, FC 온라인에서 동메달을 각각 받았다.


다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채택된 e스포츠 게임 종목 7개 가운데 한국 게임은 크래프톤에서 만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하나뿐이었다. 스포츠 대회가 기업 마케팅의 현장인 점을 고려하면 게임 산업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 국가대표팀의 좋은 성적과는 별개로 글로벌 e스포츠 시장에서는 한국의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e스포츠 산업 비중은 9.9%로 2020년 14.6%보다 4.7%포인트 떨어졌다.


e스포츠를 향한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e스포츠 지역연고제 도입 등을 공약했지만 현재까지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정도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밝인 2024년 콘텐츠 분야 정부 예산에서도 e스포츠 육성 예산은 67억4900만원 규모로 2023년보다 4억원 감소했다. 


다행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e스포츠 국가대표팀이 선전하면서 e스포츠를 향한 정치인들의 관심 역시 다시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SNS를 통해 e스포츠 생태계 활성화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10일 국회 국정감사 업무현황 보고에서 e스포츠 상설경기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앞서 유 장관은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을 통해 한중일 e스포츠 대회 확대 개최, e스포츠 구단 창단 및 운영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 등에도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에서 크게 흥행했던 시절부터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왔다. 정부에서도 e스포츠 육성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여러차례 내놓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e스포츠 역사를 돌이켜보면 실제 지원보다는 민간의 힘에 의존했던 적이 훨씬 많다. 과연 이번에는 정부의 e스포츠 지원이 말로만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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