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토부-과세당국 엇박자에 리츠업계 '대혼란'
갑작스런 법인세 폭탄에 배당확대 기대감 '찬물'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8일 08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pixabay)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는 부동산에서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들한테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그 목적을 위해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법인세를 부과해 감면 혜택 등이 부여됐다. 90조원 규모의 리츠시장에 전과 다르게 과중한 세금이 부과된다면 외국인 투자자도 모두 떠나고 리츠 시장은 죽을 수밖에 없다."


이는 리츠업계 관계자가 최근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법인세 관련 문제를 두고 내놓은 말이다. 


최근 서울의 한 세무서는 관할 지역에 본사를 둔 리츠 6곳에 172억원의 법인세를 내도록 했다. 리츠 관련 법에 따라 배당재원으로 허용된 감가상각비를 문제삼았다.


부동산투자회사법에서는 감가상각비가 실제 비용이 아닌 재무제표상 비용이라는 점에서 감가상각비만큼을 리츠가 초과로 배당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세법에는 관련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다. 세법상으로는 회사에 남아있어야 하는 감가상각비만큼의 금액이 배당에 포함, 법인세 감면 등 영향으로 그동안 세금이 적게 부과됐다는 게 과세당국의 논리다.


세무서가 통지한 법인세 금액은 해당 리츠 6곳의 합산 당기순이익 30%를 웃도는 규모다. 법인세 금액이 커지면 리츠의 배당금 규모는 줄어든다. 해당 세무서의 법인세 부과 기준이 정착될 경우 국내 모든 리츠에 동일한 기준이 적용될 수도 있다. 국내 리츠업계가 법인세 폭탄 여파에 시달리게 되는 셈이다. 투자자들은 배당 감소에 따른 투자수익률 저하를 감내해야 한다. 이는 리츠 활성화의 방해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리츠의 운용자산(AUM)은 9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3년 11조8000억원이었던 리츠 자산규모는 10년 만에 9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와 같은 국내 리츠의 성장세는 2022년 말 시작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흐름 탓에 주춤해졌다. 2016년부터 2022년 말까지 리츠 운용자산은 연평균 10조8000억원씩 증가했지만, 2023년에는 4조원 느는데 그쳤다.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져 리츠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지난달 초 리츠 투자환경 개선에 보탬이 될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다시 국내 리츠의 성장세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부푼 기대는 과세당국이 일부 리츠에 대규모 법인세를 부과하며 한여름 밤 꿈에 그칠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리츠 담당 부처인 국토부는 배당 확대 등을 통해 리츠 활성화를 지원하겠다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달 초 본회의를 통과한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 역시 앞서 국토부가 내놓은 리츠시장 경쟁력 강화방안의 후속조치에 해당한다.


기존에는 금리인상 등 영향으로 보유자산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면, 리츠는 자산 매각 등으로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손실을 인식해야 했고 이에 배당가능이익 감소했었다. 하지만 개정안 통과 덕분에 리츠 배당가능이익을 계산할 때 미실현손실을 제외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배당재원이 증가하게 된다.


과세당국이 리츠에 대규모 법인세를 부과한 것은 배당 확대를 통해 리츠 투자 활성화를 노렸던 국토부의 정책과 반대되는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에 리츠가 도입된지 20년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리츠업계 규모는 100조원에 육박할 만큼 커졌다. 하지만 1600조원 규모의 미국과 200조원에 육박하는 일본 등과 비교하면 국내 리츠 시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부동산 간접 투자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투자자들을 위한 배당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됐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와 과세당국이 '엇박자'를 보였다. 이 엇박자에 국내 리츠의 활성화가 지체되는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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