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에서]
삼성전자와 노조
대화를 통해 입장차를 줄여야···성과 평가방식부터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2일 08시 4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판부가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출처=김가영 기자)


[딜사이트 김민기 차장] 노사의 대화는 늘 어렵다. 노조는 사측을 믿기 힘들어하고 사측은 노조가 늘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생각한다. 삼성전자도 최근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그동안 무노조 경영을 오랜 기간 해왔던 삼성 입장에서는 노조와의 대화 자체가 쉽지 않고, 노조 역시 사측과의 협상에 서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노조와의 갈등을 풀어내야 한다. 노조를 단순히 리스크로만 생각하지 않고, 일단 노조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그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줘야 한다. '바뀐 시대'의 '바뀐 경영'의 일환이다. 노사관계는 인간관계와 다를 바 없다. 20%의 노조원들이라고 하더라도 회사의 직원이며 이들의 불만이 나머지 80%에게 전이될 수 있다. 그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나머지 80%와도 함께 갈 수 있다.


단순히 기업이 성과를 많이 냈으니 많은 돈을 주고, 적자가 크니 성과급은 없다는 경영 기조는 이제 시대가 바뀌면서 조금씩 변화해야 할 가치일 수 있다. 직장인이 돈을 벌기 위해 회사 생활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삼성이 성장한 것이 무노조 경영이었다고 한다면 이제 삼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조와 상생해야 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회사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노조가 고통을 분담하고 같이 어려움에 동참해 회사를 다시 반등 시키길 원할 수도 있다. 회사가 잘나가고 좋은 성과를 낼 때는 경쟁사 대비 과도한 성과급을 받아가면서 회사가 어려울 때 성과급이 안 나왔다고 투덜대는 노동자가 미울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 노조가 원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 그들은 본인들이 회사에서 본인들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자들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많은 성과를 내지만 노동자들이 없으면 회사가 이렇게 성장하고 클 수 없었을 것이고, 그것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길 원한다고 했다. 숫자로만 판단하지 않고 노력과 헌신에 대한 가치를 인정 해달라는 설명이다.


양측의 입장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 똑같은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노동자를 대하는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적자로 힘든 시기에도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적은 금액이지만 성과급 일부를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2021년에는 성과급 지급 방식을 EVA 기반에서 영업이익의 10%를 배분하는 식으로 바꾸면서 최태원 SK회장이 하이닉스 연봉을 반납하기도 했다.


인간관계의 명저로 불리는 테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 따르면 인간관계를 잘 맺기 위해서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이 중요하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라고 했다. 노동자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회사에서 본인이 얼마나 인정받고 회사가 얼마나 본인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다. 삼성전자는 세계최고의 반열에 올랐지만 아직까지 지난 과거의 그림자를 조금씩 지워가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그룹, 격변하는 새로운 시대의 도전에 맞춰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찌보면 지금이 가장 중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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