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Fact wins all(사실은 모든 것을 이긴다)
상장사 오너·대표 공정 기준 엄격해야…신뢰 없이는 자본시장 성립 못해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9일 08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거래소 전경.(제공=한국거래소)


[딜사이트 박기영 기자] 자본시장을 취재하다 보면 하나의 사건을 놓고 여러 관점이나 주장이 대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대립은 대부분 각자 입장에서 가진 '공정의 기준'이 다른데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에서 새롭게 주식을 발행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경우 이를 '기업 가치 상승 초석'으로 볼 것인지 '기존 주주가치 희석'으로 볼 것인지가 대립된다. 사측은 당연히 자금 조달을 통한 신사업 추진 혹은 재무구조 개선에 따른 경영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지만, 외부는 기업 상황과 신사업 등을 놓고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불과 수년전 주식호황기에 제약·바이오 상장사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제로금리 전환사채(CB)도 마찮가지다. 당시 상장사가 이자 비용없이 CB를 발행에 성공하면, 기관이나 큰손 투자자로부터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장기적 오버행(공급과잉) 우려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로 인한 유동성 악화 가능성이란 관점은 비주류적에 속했다.


이후 금리 인상이 시작되자마자 풋옵션 행사가 이어졌고, 실제로 많은 중소 상장사들이 유동성을 해결하기 위해 고역을 겪었다. 여기까지는 '공정의 문제'라기보다는 '기준을 위한 건강한 토론'에 가깝다. 모멘텀(기대감)과 리스크(위험)은 자본시장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를 토론하고 어느쪽이 더 가능성 높은지 판단하는 것은 투자를 결정하기 직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거짓말'이 등장할 때 생긴다. 상장사 경영진이 향후 사업 기대감 등을 창조·확대해 거짓말의 영역까지 부풀렸을 때 불거지는 것이 '사기적 부정거래'다. 사기적 부정거래에 포함된 단어인 '사기'의 법리적 정의는 '기망을 통해 이득을 얻는 것'이다. 단순히 경영진이 신사업 기대감을 발표했다가 사업부진이나 난항을 겪을 때 적용되는 법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애초에 사업을 추진할 의도조차 없었던 상태에서 오직 주가 부양만으로 부당하게 이득을 얻었을 때 적용된다.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가 불거진 경우 대부분의 상장사 관계자들은 '진실되게 믿었다'고 주장한다. 자신은 자기가 믿은 그대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공정'했다는 논리다. 그러나 여러 사례에서 이들의 공정은 사실로 인정 받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자신이나 특정 세력만 이득을 챙긴 '그들만의 공정'이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실을 숨기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공정도 있다. 대표적으로 주식을 팔고도 안 팔았다고 말하는 경우다. 최대주주가 신사업 추진·자금조달 등 호재를 주변에 널리 알린 상태서 자기만 몰래 주식을 팔아치워 이득을 챙기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다만 주식 입·출고 기록은 전산에 남기 때문에 대부분 사후 확인된다.


그럼에도 이를 숨기는 이유는 최대주주도 자신의 지분 매도가 타인에게 '공정'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서다.  최대주주의 지분 매도는 구성원의 불신부터 대외적 회사 신뢰에까지 상당한 타격을 준다. 상장사의 경우 공시의무 위반으로 처벌 위험이 있더라도 당장은 숨기고 싶은 사실인 셈이다. 미공개정보이용도 비슷한 맥락이다. 회사가 아직 발표하지 않은 계획을 사전에 알고 주식거래를 통해 이익을 챙긴 경우다.


이런 ▲사기적 부정거래 ▲공시의무 위반 ▲미공개정보이용 등은 증권시장에서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범법행위다. 이는 법이라는 '최소한의 상식'에서 정의한 불공정이다. 명백한 불법행위 이외에 편법이나 꼼수 등 '그레이존'에 해당하는 사례도 상당히 많다. 합법이더라도 도의적인 비판을 받아 마땅한 경우도 있다.


신뢰를 잃은 상장사는 결국 상장폐지라는 위기를 겪게 된다. 해당 기업이 상장사로서 망하지 않고 사업을 계속 해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해서다. 자본시장은 신뢰없이 성립할 수 없고 신뢰는 공정없이 성립할 수 없다. 문제는 이 과정에 수백, 수천명 주주의 피눈물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최근 단순하지만 힘 있는 문구를 봤다. 인기 가수 아이유의 신곡인 'Love wins all(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이다. 발표 직후 특정인들의 간절함을 담은 표현을 쉽게 썼다는 지적에 논란을 겪었다고 한다. 이를 보니 문득 공정의 기준도 간절하지만 단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Fact wins all(사실은 모든 것을 이긴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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