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행동주의 펀드, 합리적 주주제안 해야
삼성물산•금호석화 주총서 완패···지속가능한 기업 가치 제고 필요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7일 08시 4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한국거래소)


[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 가치 제고를 앞세워 기업에 많은 요구를 하고 있으나 주총에서 연이어 패배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주의 동의를 얻으려면 단기적인 업적에 집중하기보다 지속가능한 기업 가치를 제고해야 한다.


행동주의 펀드란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면서 경영 개선도 요구해 적극적으로 주주 권리를 행사하는 펀드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투자자 입장인 만큼 배당금 인상 등 주주의 이권과 결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주주들이 행동주의 펀드가 아닌 기업의 편에 서고 있다. 지난 15일 삼성물산 주총에서 5개 행동주의 펀드가 연합해 주주제안을 했으나 패배했다. 이사회가 제시한 규모보다 75% 많은 수준인 보통주 1주당 4500원 배당 등을 요구했으나 23%만 찬성해 부결됐다. 삼성물산 측은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반영한 주주환원 규모는 총 1조2364억원으로 삼성물산의 작년과 올해 잉여현금흐름 100%를 초과하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어 22일 금호석유화학 주총에서도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패배했다. 차파트너스는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와 손을 잡았음에도 안건을 1개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차파트너스는 이사회 결의 없이 주총 결의로도 자사주 소각을 가능하게 하고 내년 말까지 자사주 전량 소각하는 등을 안건으로 냈다. 주주들은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면 경영권이 훼손될 수 있다는 사측의 입장에 동의한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의 패배 원인은 무리하게 단기 업적주의에 치중한 데에 있다.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적인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만을 노리면서 회사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기업에 장기적으로는 손실을 야기한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탄탄한 실적 성장으로 인한 주가 상승이 바탕이 돼야 한다.


행동주의 펀드가 취지대로 기업 가치를 상승시키면 모든 주주가 혜택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캠페인을 통해 소액 주주들의 참여도 확대할 수 있다. 행동주의 펀드가 보다 합리적인 주주 제안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가치를 제고하고 한국 증시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견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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