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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3.0, 중동에 주목하는 이유
오일머니 바탕으로 가상자산 시장 관심, 달러화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어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6일 11시 1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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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우 비스타랩스 이사] 이번 주 두바이에서는 글로벌 가상자산 컨퍼런스인 'TOKEN2049'가 개최된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좋은 흐름을 보이면서, 각종 가상자산 관련 행사에도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번 두바이 행사가 유독 주목받고 있는데, 가상자산에 대한 중동 국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및 홍콩 등의 국가에서 가상자산 관련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관련 제도 정비가 지지부진한 것은 사실이다. 반면, 두바이는 비교적 빠르게 필요한 규제환경을 준비하고 메타버스 및 블록체인 관련 기업 1000여개를 유치하며 글로벌 웹3.0의 메카로 떠올랐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이 두바이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 해당 정부의 우호적인 태도뿐만이 아니다. 바로, 두바이를 필두로 한 중동 지역 국가들이 가상자산 산업 및 시장에 끼칠 수 있는 막대한 영향력이 핵심이다. 코로나 이후 높은 에너지 가격 환경 속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모아온 산유국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는 비할 수 없는 변화가 예상된다.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이 마냥 보수적일 것 같지만, 이들의 움직임에 기대하는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투자처를 고려할 수 있는 가용 자금이 매우 풍부하다. 쉽게 말해 돈이 많다는 것이다. 산유국들은 미국 셰일오일 산업 후퇴와 러시아 전쟁 및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 지역 분쟁으로 치솟은 에너지 가격의 수혜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미국 연준의 긴축 이후 대부분의 글로벌 투자자가 위축된 반면,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중동 국부펀드들은 공격적인 세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가상자산 및 웹3.0의 잠재성을 간과하진 않을 것이다.


두 번째로, 달러에 대한 의존성 탈피다. 최근 지정학 구도를 살펴보면, 사우디를 비롯한 일부 중동 국가들과 미국과의 관계가 예전만 못하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의 종속관계를 상징하는 것이 페트로 달러(석유 결제 통화)라고 할 수 있다. 석유 대금 결제 통화로 달러 대신 비트코인 같은 중립자산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분위기는 위안화, 디르함, 루블 등 제3통화를 쓰는 방향이지만, 달러 독주체제에 균열이 생긴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크립토는 기존 금융과 달리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부합할 여지가 있다. 자금 규모로 치자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중동 국부펀드의 존재감은 막강하다. 다만, 가진 돈에 비해 그 영향력이 작고, 특히 국내 금융서비스가 발달하지 못한 것은 샤리아의 영향이 크다. 이슬람 율법에서는 금전 대여에 대한 이자 수취를 금지한다. 미국 연준에 모두가 주목하듯, 금리를 기반으로 구축된 현대 금융 시스템과 태생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고 당연히 기존 금융 산업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시대를 주름 잡았던 '아리바이 상인' 역사에서 보듯 중동은 결코 돈에 무관심한 민족이 아니다. 가상자산의 정체가 파악되지 않았을 때는 보수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유틸리티 성격도 부여할 수 있는 높은 자유도를 고려할 때 가상자산이 이들에게는 할랄(샤리아 부합)일 수 있는 것이다.


◆가상자산은 할랄(Halal)인가 하람(Haram)인가?


이슬람에서 할랄은 율법이 허락한다는 의미로, 반대로 하람은 금지를 뜻한다. 20세기 중반, 이슬람 학자들 사이에 서구의 금융 시스템이 샤리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논의가 시작되었고. 특히, 샤리아에서는 대출에 대한 이자의 수취를 부당 이득으로 간주하고 있기에, 현대의 금융 시스템은 하람으로 규정됐다. 때문에, 이슬람 금융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금융업이 자리잡고 있다.


이슬람 금융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리바(Riba - 아랍어로 이자)"의 금지를 이해해야 한다. 더 분명하게는, 사업의 성패와 관계없이 받게 되는 "확정수익(prefixed return)"의 금지이다. 이에 따라 자본(Capital)에 대한 관점이 크게 달라지는데, 돈은 빌리는 대상이 될 수 없다. 한 번 투입되면, 완전히 생산과정이 끝나 결과물이 나와야 이익 또는 손해를 계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슬람 프레임워크에서 이익은 자본 투자에 대한 보상의 개념이 될 수 있으나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보상을 받을 수 없으며,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 투자한 사업이 손해를 봤다면, 투자자 역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상자산이 할랄인지 하람인지에 대한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내재가치가 없거나 가격 변동성이 극심하다는 특징들은 가상자산이 화폐보다는 투기자산으로 비춰질 개연성이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많은 이슬람 학자들이 가상자산을 하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할랄일 수 있다고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슬람 금융의 원칙은 돼지고기를 금지하듯 대상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쓰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슬람 금융 역시 변화에 적응한다. 전통적으로 투자와 통화는 금과 같은 물리적 자산으로 뒷받침되어야 했지만 미국 달러와 같은 명목 화폐가 수 십년에 걸쳐 대중화되자 학자들은 이를 연구하여 결국 이슬람 금융에 통합한 역사가 있다.


결국 암호화폐의 샤리아 적격 여부에 대한 결론을 쉽게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이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이슬람의 중앙 조직도 없다. 이슬람 국가에는 샤리아 위원회가 있으며,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구속력은 없다. 중동의 이슬람 국가 역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실질적인 결정은 정부가 내리게 되어 있고, 최근 사우디를 비롯한 이슬람 정부들의 행보는 꽤 전향적이다.


사우디가 최근 스탠스의 변화를 보인 것은 거래금지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에 투자 및 보유 하는 시민들의 수가 급증한 영향도 있다. 쿠코인의 서베이에 따르면 약 300만 명이 "현재 가상자산을 소유하고 있다"했고 이는 이는 18세에서 60세 사이의 성인 인구의 14%를 차지한다. 결국 금지가 능사가 아니라는 규제 당국의 인식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한 중동 국가가 가상자산 산업 부흥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희망의 영역이긴 하다. 다만, 중동이 Web3의 번영을 이끌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미국 연준이 언제 금리를 내릴 것 인지만 볼 것이 아니라 중동 지역의 움직임을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박태우 비스타랩스 이사


박태우 이사는 2011년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학사 학위를, 2015년 Columbia University에서 통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증권의 채권 애널리스트 및 한화자산운용의 Credit Strategist로 재직하며 10년 넘는 기간 채권 전문가로 활동했다. 또한,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계열사 두나무투자일임에서 맵플러스를 주도했다. 현재는 가상자산 생태계에 투자하는 크립토VC인 VistaLabs(비스타랩스)에서 투자심사역으로 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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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우 비스타랩스 이사 taewoopark8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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