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희의 아!!이러니]
정의선의 파격 실험 'TaaS'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8일 09시 4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동희 기자] 100년 기업을, 아니 그 이상을 향한 경영자의 노력은 눈물겹다. 한순간의 판단 착오로 기업의 흥망성쇄가 결정되다보니 매 순간이 살얼음판이다. 시대의 흐름을 놓치거나 정부 정책과 어긋나면 바로 나락이다. 기업 규모나 명성, 평판도 소용없다. 시간의 문제일 뿐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너나 할 것 없이 새로운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등과 같은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이유기도 하다. 


경영자는 기업의 존재 목적인 이윤 극대화를 잊어서도 안된다. 향후 10년, 20년, 30년 앞을 내다보며 미래사업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타이밍이 늦어도, 너무 빨라도 문제다. 시대 변화를 읽는 혜안에, 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용인술 역시 필수다. 과감한 투자도 뒷받침해야 한다.  


새롭게 현대차그룹 총수에 오른 정의선 회장은 일찌감치 미래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지배구조 개편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그 보다는 미래 모빌리티 혁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019년 새로운 브랜드 비전을 제시한 이후 방향성은 더욱 뚜렷하다.  


첫 조직개편도 전사 모빌리티 기능 강화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4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모빌리티 기능을 총괄하는 'TaaS(Transportation-as-a Service)본부'를 신설하고 과감하게 외부 인재를 영입했다. 


도심형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과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포티투닷(42dot) 송창현 대표를 본부장에 앉혔다. 포티투닷은 지난 2019년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총 170억원을 투자한 벤처기업으로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SK, LG, CJ, LIG넥스원 등을 비롯해 KTB네트워크, IMM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기업가치는 이미 1000억원을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창현 대표는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정보통신(IT)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거쳐 네이버랩스 설립을 주도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19년 송 대표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뛰어든다는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사업협력을 약속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이후 현대차그룹과 포티투닷은 혈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외부에서는 물론 내부에서도 파격적인 행보라는 평가다. 창업 1년도 지나지 않은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금을 집행한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현직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인물을 과감하게 전사 글로벌 모빌리티 서비스 총괄 자리에 앉혔기 때문이다. 


내부 정보의 유출 가능성이 열려 있는데다 조직의 위계질서도 흔들 수 있어 위험부담이 큰 인사였다. 내부에서는 아직까지도 질투와 시기의 시선이 있는 듯 하다. 한 평생 몸바쳐 일군 일터에 생판 모르는 외부인사가 들어와 감놔라 배놔라 한다면 쉽게 수긍할 수 있으랴. 조직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둥, 어디 잘되나 두고 보자는 둥 시끄러운게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기에 정의선 회장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확고한 신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조직을 뒤 흔들고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을 말이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 이후 품질경영을 강조하며 조직에 강도 높은 변화를 요구해 왔다. 동시에 미래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신사업을 펼치고 있다. 모두 미래 모빌리티와 궤를 같이한다.  정의선 회장의 'TaaS' 승부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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