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반의 반토막' 컬리, IPO 앞에서 '갈팡질팡'
기업가치 4조→6000억원…투자한 VC, 구주매각 or 펀드만기 연장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3일 14시 5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컬리 로고(출처=컬리 홈페이지)


[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국내 주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중 하나로 손꼽히던 컬리의 기업가치가 코로나 엔데믹 이후 1조원 초반대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더딘 실적 탓에 기업공개(IPO)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이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컬리의 전일 기준가는 1만5500원을 기록했다. 상장 추진을 시도했던 2021년 말 주당 11만9000원에 거래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홍콩계 사모펀드(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유치할 당시 4조원대에 달했던 시가총액도 6295억원으로 떨어졌다.


컬리의 현 상황을 바라보는 기관투자자들의 입장은 회사별로 차이가 크다. 컬리의 기업가치가 바닥을 쳤다고 생각해 펀드 만기를 연장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컬리의 전망을 어둡게 보고 보유 중인 구주를 매각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LB인베스트먼트는 2016년 '미래창조 LB선도기업 투자펀드 20호(이하 미래창조펀드)'를 통해 컬리의 지분을 사들였다. 지난 2014년 결성한 미래창조펀드 만기는 최초 8년이었지만 1년씩 두 차례 연장해 올해 2월 기한이 끝났다. 회사 관계자는 "펀드의 청산기간이 도래하면서 지난해 컬리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고 밝혔다. 


펀드를 연장할 때까지도 컬리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상장이 계속해서 미뤄지자 매각을 결정한 모양새다. 한때 2조원대에 육박했던 컬리의 시가총액이 매각 당시 1조원을 못 미치면서 다소 아쉬운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LB인베스트먼트와 달리 컬리의 지분을 모두 매각하지 않고 상황을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취한 곳은 DSC인베스트먼트다. 이 회사는 2015년 시드 라운드와 2017년 시리즈B 등 두 번에 걸쳐 총 40억원을 컬리에 투자했다. 이때 활용한 펀드는 총 4개로 알려졌다. 그중 'DSC드림제4호성장사다리조합'과 'DSC Follow-on 성장사다리펀드'는 각각 오는 6월과 12월 만기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두 펀드 모두 1년 단위로 연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DSC인베스트먼트도 지난해 'DSC드림제3호청년창업투자조합(이하 3호 청년펀드)'을 청산하면서 컬리 지분을 일부 매각했다. 회사 측은 "3호 청년펀드는 내부수익률(IRR) 22%를 기록한 만큼 성과보수도 많이 발생했다"면서 "여기에는 초기 때부터 투자했던 컬리의 영향이 일정 부분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컬리의 기업가치가 대폭 낮아진 상황에서 상장 추진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컬리의 현 상황을 감안했을 때 IPO에 성공하려면 공모 희망 가격을 낮춰야 하지만 주주들이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좋지 않은 시장 상황에 새로 투자해줄 곳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 컬리가 기업가치를 예전만큼이나 높게 인정받으려면 가파른 매출 증가는 필수다. 그러나 엔데믹(endemic, 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과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회복세가 늦춰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배달 수요가 줄어들고 물가 인상으로 지출을 줄이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회사의 성장 속도는 더뎌졌다. 더불어 막대한 자금력을 등에 업은 쿠팡, 신세계 등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면서 컬리의 입지를 위협했다.


지금껏 컬리의 규모를 키운 '새벽배송'도 오히려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선식품을 보관·배송하기 위해 필요한 '콜드체인 시스템'의 경우 구축하는 데만 막대한 비용이 든다. 새벽배송을 위해 필요한 인력에겐 '시간 외 수당'을 줘야 했고 배송차량 운영비에도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했다.


다만 최근 컬리는 판관비 등 비용을 크게 줄이며 지난해 12월 창립 이래 처음으로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를 내는 등 다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회사의 2023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 늘어난 2조77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손실도 전년에 비해 38% 감소한 1436억원이었다.


매출 증대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루면서 업계에서는 컬리의 IPO 재추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회사 측은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시장 분위기에 맞춰 IPO를 신중히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컬리는 2022년 8월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지 4개월여 만인 2023년 1월 상장 철회를 선언했다. 당시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상장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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