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M&A(인수합병) 연금술사로 불리고 있는 차석용(사진) 부회장의 매직이 또다시 빛을 발했다. 중국 사드보복을 비웃기라도 하듯 LG생활건강은 작년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차 부회장이 수장이 된 2005년 이후 LG생활건강이 단 한 번도 역성장을 하지 않았단 점이다. 파이 확대에 필요한 기업을 적기에 인수하는 동시에 고정비 부담을 줄여나간 게 유의미한 결과를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연결기준 6조7475억원의 매출과 1조3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5%, 영업이익은 17.4% 증가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도 15.4%로 같은 기간 0.2%포인트 상승했다. 실적 개선은 ‘후’, ‘숨’, ‘오휘’ 등 럭셔리 라인 화장품이 면세점과 중국 현지에서 판매호조세를 보이면서 견인차 역할을 했던 게 주요했다. 아울러 폭염으로 음료수 판매가 늘어난 것도 한몫 거들었다.

궁중 화장품 브랜드 ‘후’의 경우 작년 누적매출 2조원을 돌파, 2017년(1조4200억원)에 비해 40.4%나 급증했다. 아울러 자연·발효 화장품 브랜드 ‘숨’도 지난해 4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냈고, ‘오휘’의 최고급 라인인 ‘더퍼스트’는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1% 성장하며 차세대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이 덕분에 화장품 사업부는 2017년 대비 19.1% 늘어난 3조9054억원의 매출과 23.1% 증가한 78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음료사업부는 작년 이례적 폭염과 함께 식이섬유음료 ‘W차’, 아몬드음료 ‘아데스’ 등 신규로 선보인 제품들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실적 성장에 일조했다. 해당 사업부의 작년 매출은 1조3809억원, 영업이익은 1362억원으로 2017년 대비 각각 5.6%, 7.1%씩 늘었다. 반면 생활용품사업부는 내수시장 침체 여파로 매출은 1조4612억원으로 같은 기간 3.7% 줄었고, 영업이익은 1204억원으로 27.9% 감소했다.

생활용품사업부의 부진이 뼈아프긴 하지만 중국의 사드 여파 등을 고려하면 작년 역시 LG생활건강이 최고의 한해를 보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연간 최대 실적 달성과 연속 성장 기록도 14년으로 한해 늘렸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LG생활건강의 이 같은 경쟁력이 차석용 부회장 부임 후 끊임없는 M&A로 역량을 보강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비누와 치약 등 생활용품에 치우쳐 있던 LG생활건강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로 다각화해서다. 실제 차 부회장 부임 후 14년간 총 20건의 M&A를 성사시켰는데 이중 16건이 화장품과 음료사업과 관련 회사였다. 인수된 회사들은 LG생활건강이 해외로 발길을 뻗을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이런 가운데 비용효율화 작업을 통해 고정비 부담을 꾸준히 낮춘 것도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차 부회장 부임 첫해인 2005년만 해도 LG생활건강의 원가율(매출원가+판매관리비)이 94.4%에 달했지만 연평균 0.8%포인트씩 낮춰온 덕에 작년 84.6%로 낮아졌다. M&A를 통해 외형을 키우는 동시에 비용관리로 내실을 잡은 덕에 작년 매출은 2005년 대비 557%, 영업이익은 1692%나 급증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내수경기 침체 장기화와 사드 여파 등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되고 있지만 럭셔리 브랜드 중심의 차별화된 전략으로 작년 우수한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화장품 시장의 빠른 트렌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올해도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생활용품사업부도 작년 4분기 구조조정을 끝마치고 실적이 개선돼 올해 해외 판매채널 다변화를 통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