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이 표정관리에 한창이다.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일동제약그룹에서 계열분리 한 이후 호실적 등 승승장구하고 있어서다. 이 회사는 더욱이 이금기 회장의 장남인 이준수 대표를 중심으로 경영승계까지 사실상 마무리하면서 2세 경영 체제까지 공고히 하는데 성공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일동후디스는 지난해 매출액 2897억원, 영업이익 9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1%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16.4% 감소했다. 다만 계열분리를 단행한 2019년 1147억원의 매출과 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걸 고려하면 완벽한 체질 개선에 성공한 셈이다.

이금기 회장은 1960년 일동제약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이 회사 간판 제품 중 하나인 '아로나민골드'를 개발한 일동제약의 신화적 인물이다. 그는 1984년 일동제약 대표에도 올랐으며 1994년 회장으로도 승진했다. 1996년부터는 일동후디스 회장도 맡았다. 아울러 일동후디스는 1996년 일동제약이 남양산업을 인수하며 출발한 회사다. 이 회장 체제가 되면서 단순 분유업체에서 건강기능식품 기업으로 외연을 확장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2019년 일동제약 지주사인 일동홀딩스는 일동후디스 주식 35만1000주를 이 회장에게 장외매도 했다. 이로 인해 일동후디스에 대한 일동홀딩스의 지분율은 기존 34.64%에서 4.64%로 줄었다. 동시에 이 회장과 일동후디스는 일동제약 주식 113만3522주를 일동홀딩스에 매각했다. 이에 일동홀딩스의 일동제약 지분율은 25.56%에서 30.74%로 늘었다.

일동홀딩스가 일동후디스 지분 4.64%를 갖고는 있지만 이 회장 입장에선 사실상 일동후디스를 중심으로 계열분리하는데 성공했고, 일동홀딩스는 일동제약 지분을 확대하게 되면서 완전한 지주사 체제로 탈바꿈했다. 업계에선 일동홀디스가 당시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행위제한 요건과 관련해 '비계열회사 지분 5% 초과 소유 금지'를 충족하고자, 관계사였던 일동후디스 지분을 대량으로 처분한 것으로 분석 중이다. 

이 때만 하더라도 계열분리가 일동제약그룹과 일동후디스 양측 모두 이득을 본 '묘수'란 평가가 우세했지만, 5년여가 지난 현재에는 일동후디스만 승자가 된 모양새다. 일동후디스가 연매출 1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단백질 보충제인 '하이뮨'을 앞세워 호실적을 달성하는 동안 일동제약은 적자행진을 이어가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회장은 장남인 이준수 대표를 중심으로 한 승계작업까지 완료했다. 2021년 말 일동후디스 지분을 56.8% 보유하고 있었으나 주식 대부분을 자녀들에게 증여하면서 작년 말 기준 5%로 낮아진 까닭이다. 반면 그의 장남인 이 대표의 지분율은 57.3%로 종전보다 31.2%포인트나 높아졌다. 사실상 지난해부터 2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9년 계열분리 할 때만 하더라도 일동후디스가 적자회사다 보니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 일동제약이 더 큰 이득을 봤단 평가가 나왔지만 최근 들어 일동후디스는 건기식 업체로서 공고한 입지를 다지며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일동후디스 입장에선 계열분리를 한 게 신의 한수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