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대한토지신탁이 올해 상반기에 신규 차입형토지신탁 사업을 전혀 수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입형토지신탁은 부동산신탁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직접 사업비를 조달하는 만큼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면 신탁사가 부담할 위험이 커진다. 회사는 차입형토지신탁 수주를 줄이는 대신 정비사업 수주를 본격화하며 시장 경색에 대응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의 상반기 말 기준 토지신탁 수탁고 총액은 4조7460억원으로 지난해 말(3조6954억원) 대비 28.4% 증가했다. 관리형토지신탁을 2건 수주하면서 관리형토지신탁 수탁고는 전년(2조8556억원) 대비 1조원 이상 늘어나 3조9281억원을 기록했다.

차입형토지신탁의 수탁고는 관리형토지신탁과 반대로 수탁 자산이 2건 감소하며 8399억원에서 8279억원으로 119억원 감소했다. 관리형토지신탁의 신규 수주와 차입형토지신탁의 수탁고 감소로 총 수탁자산은 189건, 전년 말 수준을 유지했다.

회사의 수주실적과 수탁자산 변화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수탁한 자산의 규모가 크다면 사업 1건을 수주해도 규모가 작은 사업 10건을 수주하는 것보다 많은 자산을 회사가 수탁하게 된다. 다만 수탁한 자산의 건수를 통해 회사의 수주실적을 추측할 수 있다.

대한토지신탁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 경색이 워낙 심각하다보니 위험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는 신탁사업은 되도록 수주를 삼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보수적인 관점에서 사업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토지신탁은 그간 차입형토지신탁의 신탁보수와 신탁계정대 이자수익을 기반으로 매출액을 확보해왔다. 실제로 회사의 상반기 매출액 463억원 중 토지신탁보수는 216억원으로 전체의 46.7%를 차지했다. 회사가 차입형토지신탁사업 수행을 위해 신탁계정대 자금을 대여하고 받은 이자수익은 175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37.8%를 기록했다. 토지신탁보수에서 차입형신탁보수로 발생한 금액과 신탁계정대 이자수익을 합하면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차입형신탁에서 발생한 셈이다.

이로 인해 부동산업계는 향후 차입형신탁 수주 감소로 회사의 수익성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다만 대한토지신탁은 상대적으로 사업 안전성을 확보한 정비사업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회사는 상반기에만 ▲충남보령 가로주택정비사업 ▲퇴계원1구역 재개발사업 ▲강남봉은지구 재개발사업 ▲상계주공11단지 재건축사업 ▲고척산업용품종합상가 재건축사업 등 5건의 정비사업에서 예비신탁사 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거나 수주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전주 삼천동 개나리아파트 재건축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1가 705-1·2번지 일대 3만1020㎡의 택지를 정비해 공동주택 700여세대를 신축하는 사업이다. 대한토지신탁은 향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토지등소유자 전체 동의 절차를 거쳐 '지정개발자(사업시행자)'로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조합원 수요를 일정 수준 확보한 만큼 미분양과 손실 위험이 적은 편"이라며 "안정적인 사업 위주의 수주로 사업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