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말레이시아 화교 재벌 레이싱홍의 국부유출 규모가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계열사들이 윤석열 정부의 세제혜택 덕분에 누린 절세분을 레이싱홍에 대한 배당재원으로 활용할 여지가 커진 까닭이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올해 1월 1일자로 법인세 각 구간별 세율(▲2억원 이하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200억원 초과 3000억원 이하▲3000억원 초과)을 모두 1%포인트씩 낮췄다. 최고구간인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법인의 세율은 25%에서 24%, 200억원 초과 3000억원 이하 법인은 22%에서 21%가 되는 식이다.

기재부는 또한 지분법적용 투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대한 익금불산입률(세법상 수익으로 인정하지 않는 금액=비과세)도 조정했다. 대표적으로 지분법 투자회사 지분이 50~100%미만일 시 50%가 적용됐던 익금불산입률이 지분 20~50%를 소유한 경우 80%로 변경됐다. 지분법 회사로부터 얻은 배당금에 대한 과세가 30%포인트 축소된 셈이다.

이러한 세제 개편은 국내 대다수 회사들에 적용되지만 레이싱홍그룹에 끼칠 긍정적 영향은 특히 클 전망이다. 해당 그룹이 지분법 투자회사를 매개로 돈을 버는 그룹사(스타오토홀딩스, 부산인베스트먼트)를 소유하고 있어서다.

먼저 벤츠코리아와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벤츠파이낸셜) 지분을 각각 49%, 20% 보유한 '스타오토홀딩스'가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법인세 인하와 함께 이들 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전년 기준 605억원) 대부분이 익금불산입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스타오토홀딩스가 벤츠코리아 등으로부터 동액배당을 받을 시 전년도까지는 익금인정분이 303억원이었다면, 올해는 121억원으로 60% 급감한다.

스타오토홀딩스 또한 세제 조정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이연법인세부채를 119억원으로 설정했다. 이는 전년 말 대비 69.3% 줄어든 것으로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률 개정에 따라 적용세율을 기존 15.4%에서 4.2%로 적용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연법인세부채란 시기적 차이로 인해 추후 부과될 수 있는 법인세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벤츠코리아, 벤츠파이낸셜로부터 얻을 미실현이익(배당)에 대한 법인세가 포함된다.

또 다른 레이싱홍 계열인 부산인베스트먼트 역시 세금 감면 효과를 톡톡히 볼 예정이다. 이 회사는 경상남도와 전라남도 등서 벤츠를 판매하는 딜러사 스타자동차(51%), 한성모터스(51%) 지분을 보유 중인 곳이다.

딜러 업계는 이러한 세금감면 혜택분이 레이싱홍의 배당 수익 확대에 일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2년만 봐도 스타오토홀딩스는 벌어들인 순이익 1753억원 가운데 99.8%(1750억원)를 레이싱홍 그룹사 Great Worth Holdings에게 배당했다. 부산인베스트도 2021년 중간 및 결산배당을 통해 모회사 Pacific Star Automobile에 총 153억원의 배당을 안겼다. Pacific Star Automobile 역시 레이싱홍 계열회사다.

이와 함께 업계는 정부의 결정이 엉뚱한 효과를 내는 것 아니냔 우려 섞인 시각도 견지 중이다. 그간 레이싱홍그룹이 보인 행보상 세금감면분이 투자 확대·일자리 창출에 쓰이는 게 아니라 배당 등의 형태로 외국 본사에 꽂힐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한편 본지는 스타오토홀딩스에 배당 및 이연법인세부채 설정 금액 등을 묻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