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말레이시아 화교 재벌 레이싱홍이 그룹 내에서 돈을 굴리는 방식으로 추가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 등 수입차 판매 담당법인과 부동산 관리회사를 이원화해 대규모 내부거래를 올림과 동시에 절세효과까지 톡톡히 누린 것이다.

레이싱홍그룹은 한국 시장에서 크게 수입차 딜러업과 투자업을 영위하고 있다. 주력은 단연 딜러사업으로 레이싱홍은 한성자동차와 한성모터스, 스타자동차 등의 법인을 앞세워 국내서 가장 많은 벤츠를 팔고 있다. 이와 함께 벤츠 본사와의 협력강화 차원에서 계열 투자사(스타오토홀딩스)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지분을 각각 49%, 20% 보유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딜러사업을 판매업과 부동산업으로 구분해 놨다는 점이다. 한성자동차는 2006년 한성인베스트먼트와 한성자동차로 인적분할을 단행했다. 명목상 한성인베스트먼트가 부동산사업을, 한성자동차는 신차 판매업을 주력으로 해 각 부분의 경쟁력을 제고 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현재 레이싱홍 계열 벤츠 및 포르쉐 딜러사(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는 한성인베스트먼트 소유의 전시장을 임대해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사업구조는 레이싱홍에 적잖은 부를 안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장 먼저 꼽히는 게 절세효과다. 딜러사들이 한성인베스트먼트에 쥐어준 임차비용만큼 법인세 부담이 완화될 여지가 커서다.

주력사 한성자동차만 봐도 2012년에 45억원의 세전손실을 입은 결과 법인세 납부대상서 제외됐는데 여기엔 한성인베스트먼트에 지급한 125억원의 임차료가 큰 몫을 차지했다. 과거와 같이 한성자동차와 한성인베스트먼트가 한 몸이었다면 임차비용 소거로 1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내 당시 기준 20%의 법인세율이 책정됐을 여지가 있었다.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 역시 2016년 임차부담 등으로 인해 61억원의 세전손실을 기록, 법인세를 한 푼도 납부하지 않았다.

시장은 레이싱홍그룹이 임차료를 비용 처리하는 방식으로도 절세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임차료는 영업활동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으로 법인세법상 손금에 해당한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임차료는 법인세 납부시 손금항목에 포함돼 세부담을 일부 줄여주는 효과를 낸다"며 "세무당국이 특수관계자 간 임대차 계약에 대해선 손금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특수관계자의 이익을 위해 임차료를 지극히 높거나 낮게 책정했을 때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한성자동차 등 레이싱홍 딜러사의 임차비용 부담이 실질적인 손실이 아니란 점도 눈여겨 볼 대목으로 꼽고 있다. 계열사끼리 임대차 거래를 벌인 만큼 관련된 비용과 수익이 모두 그룹 내에서 순환된 것이나 다름 없어서다. 실제 한성인베스트먼트는 계열사를 상대로 한 임대수익 등으로 작년 말 기준 2349억원에 달하는 사내유보금(미처분이익잉여금)을 쌓았다.

또다른 시장 관계자는 "다수 기업이 수직계열화를 이루려는 목적으로 계열사를 통한 영업자산 등의 안정적 조달을 꼽지만 실제로는 다른 방향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룹 내에서 비용과 수익구조를 동시에 만들어 특정 회사를 밀어주거나 현금의 외부유출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본지는 한성자동차 측에 인적분할을 단행한 구체적 사유에 대해 질의했지만 공식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