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태림페이퍼가 골판지 생산 수준을 판단하는 가늠좌가 될 수직계열화를 공고히 하는 모양새다. 최근 율촌화학 판지사업부에 이어 전주페이퍼까지 품으면서 수직계열화(원지→ 원단→ 상자‧포장)의 시작과 끝을 보강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태림페이퍼는 이번 전주페이퍼 인수를 계기로 총 3곳(태림페이퍼‧동원페이퍼‧전주페이퍼)의 원지 생산 라인을 확보하게 됐다.

원지 생산은 '골판지 원지→ 골판지 원단→ 골판지 상자‧포장'으로 이어지는 골판지 산업 수직계열화의 시작점에 해당한다. 골판지는 먼저 '원지'(제품의 바탕이되는 종이)를 만든 다음, 주름모양의 내장지인 골심지를 접착하는 '원단' 생산 과정으로 넘어간다. 

끝으로 규격에 맞춰 원단을 재단하고 표면에 상표 등을 프린팅하는 '상자‧포장' 과정을 거친다. 골판지 업체의 생산 능력을 가름하는 잣대가 되는 원지 인프라가 한층 강화되는 것이다.

태림페이퍼는 전주페이퍼 외에도 또 다른 생산거점 2곳(태림페이퍼‧동원페이퍼)을 통해서도 원지를 생산하고 있다. '태림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태림페이퍼와 이 회사의 손자회사에 해당하는 동원페이퍼도 원지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동원페이퍼는 골판지 원단과 생산에 관여하고 있는 태림페이퍼의 핵심 자회사인 대림포장(60.14%)을 모회사로 두고 있다.

수직계열화의 마지막 과정에 해당하는 골판지 생산 능력도 제고했다. 태림페이퍼는 전주페이퍼 인수에 앞서 지난 10월, 농심 계열사인 율촌화학의 판지사업부를 430억원에 매입했다. 

연간 매출의 10%에 불과한 판지사업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농심과 수직계열화 고리에서 가장 약한 부분인 '포장‧생산' 능력을 보완하려는 태림페이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딜(Deal)이 성사됐다. 율촌화학 판지사업부를 품게 되면서 태림페이퍼는 태림포장에만 의지했던 생산‧포장 기반을 확충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의 대표적인 비용절감 수단으로 꼽히는 수직계열화는 사양산업으로 지목되는 제지업에서 필수처럼 여겨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업체별 브랜드가 없는 골판지는 품질이나 기술면에서 차별성이 없다 보니 얼마나 다양한 품종을 제때에 납품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경쟁력을 가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골판지 업체 대부분이 납기와 비용절감을 위한 단계별 생산 전략을 펴고 있다. 국내 골판지 업계 가운데 최초로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신대양제지의 경우 3곳(신대양제지‧대양제지공업‧신대양제지반월)에서 원지를 생산한다. 이와 별로도 상자‧포장을 담당하는 4곳의 계열사(대영포장‧광신판지‧신대한판지‧대양판지)를 두고 있다.

태림페이퍼 관계자는 "최근 이뤄진 기업인수를 통해 골판지 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신문용지, 출판용지 등 다양한 지종의 원지 생산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게 됐다"며 "이는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의 기반이 될 안정적인 현금창출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