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태림페이퍼가 국내 골판지 산업의 선두 자리를 넘어 제지업계 '톱(Top)2' 자리를 넘보고 있다. 전주페이퍼와 전주원파워를 패키지로 품게 되면서 매출규모가 2조원대에 근접하게 되면서다. '1조 클럽' 멤버인 무림페이퍼와 아시아제지를 제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에서 독보적인 포지션을 차지하고 잇는 한솔제지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국내 제지업계 최상위권의 순위(연매출 기준) 변동이 유력시 되고 있다. 지난해 한솔제지(인쇄‧특수지 등), 무림페이퍼(인쇄지) 다음으로 매출 1조원 시대를 연 아세아제지가 4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내 제지업은 인쇄용지, 신문용지, 위생용지, 골판지 등 용도별로 세분화 돼 있지만 전체 시장을 조망할 때는 한 울타리로 묶이는 게 일반적이다.

아세아제지의 순위 하락이 예상되는 건 태림페이퍼가 M&A(인수합병)로 몸집을 불리면서 매출 규모가 2조원대에 근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태림페이퍼는 지난 15일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MSPE)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인수가 6500억원에 골판지 업체인 전주페이퍼, 발전 업체인 전주원파워를 사들였다. 골판지의 전방산업인 택배 활황에 힘입어 최근 수년 간 성장가도를 달려온 태림페이퍼의 퀀텀점프가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4000억원 수준이던 태림페이퍼의 매출 규모는 2020년대 들어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20년 7433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뒤,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8889억원과 9684억원을 기록했다. 연매출 1조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가운데 전주페이퍼와 전주원파워가 계열에 편입되면서 단숨에 2조 클럽도 엿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태림페이퍼와 한 식구가 되는 전주페이퍼는 지난해 6656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기존 신문용지 위주이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골판지로 확대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8년 MSPE에 인수될 때만 해도 신문용지는 전주페이퍼 전체 매출의 80% 가량을 차지했다. 하지만 신문 시장이 위축되면서 체질개선에 나서기로 하고 2017년부터 골판지 생산에 뛰어들었다. 감사보고서가 첫 공개된 2019년 당시 1595억원이던 매출액이 ▲2020년 4785억원 ▲2021년 5901억원 ▲2022년 6656억원으로 증가하게 된 배경이다.

여기에 지난해 1419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전주원파워의 실적까지 더해지게 되면 태림페이퍼의 매출 규모는 1조8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아세아제지(1조2339억원)와 무림페이퍼(1조3991억원)를 제치고 2위로 올러서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태림페이퍼의 1위 등극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지난해 한솔제지는 사상 최대인 2조45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강달러 영향에 따른 어닝서프라이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내년 미국 연준에서 금리를 인하해 강달러 기조가 꺾이게 되면 한솔제지의 매출이 1조원 중후반대로 조정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태림페이퍼 관계자는 "매출 등을 따져보면 한솔그룹과 종이업계 양강구도가 형성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