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한독이 투자한 관계·공동기업들의 미진한 성과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투자한 기업들이 작년 대거 손실을 내면서 한독의 순이익에까지 여파를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한독이 신약 개발을 위해 일찍부터 타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지만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오히려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독은 작년 지분법 손실 29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손실 폭이 26%(60억원) 더 늘었다. 한독은 최근 3년간 지분법 손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분법 손실이란 투자한 기업의 가치변화로 인한 손실을 의미한다. 

한독의 주요 관계기업 5곳은 모두 작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칼로스메디칼 58억원, 한독테바 55억원, 제넥신 669억원, 엔비포스텍 35억원, 레졸루트(Rezolute) 73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한독은 칼로스메디칼에서 30억원(한독 지분율 49.96%), 한독테바 27억원(49%), 제넥신 101억원(14.57%), 엔비포스텍 13억원(34.61%), 레졸루트(Rezolute) 118억원(15%) 등을 지분법 손실로 인식했다. 

지분법 손실은 한독의 순이익에도 직격탄이 됐다. 실제 이 회사의 작년 별도기준 순손실은 215억원이었던 반면 연결기준으로 보면 289억원까지 확대됐다. 관계기업들에 대한 지분법 손실까지 더해져 74억원이나 손실 폭이 커진 셈이다. 

한독은 과거 15년 전부터 경영의 주요 밑그림으로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강조해왔다. 그 일환으로 관계·공동기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독의 오너 2세인 김영진 회장이 파트너사인 아벤티스파마의 현지법인 대표를 지낸 이력 등이 바탕이 됐다. 하지만 한독의 주요 관계기업으로 꼽히는 5개 기업이 줄줄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한독의 부담은 커져만 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관계기업들의 사업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면 한독의 부담도 점차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작년 관계기업 가운데 가장 큰 손실을 기록한 레졸루트의 경우 최근 개발 중인 신약 'RZ358'가 영국 의약품·의료제품 규제청(MHRA)으로부터 혁신의약품에 지정됐다. 

또한 저혈당증이 있는 비소도세포 종양(NICTH) 환자에 대한 RZ358 치료 가능성을 확인한 전임상 약리학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등 향후 경영실적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신약이 향후 성과로 이어진다면 한독의 이익구조에도 큰 보탬이 될 가능성은 열려있다.

시장 관계자는 "한독의 계열 바이오텍 성과가 부진하고 경영상황이 악화하면서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친것"이라며 "향후 오픈이노베이션 성과에 따라 지분법 손실도 만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독 관계자는 "관계기업은 대부분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신약 개발에 협력하고 있는 곳"이라며 "단기간 내에 뚜렷한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의 손익보다는 장기적인 성장동력 마련이 목적이기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담도암 치료제·선천성 고인슐린 치료제 등 개발에 집중하며 미래먹거리 마련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