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평가기관 갑질, 더 이상은 안된다
[기자수첩] 전문성 확보로 기술력 평가 집중해야

# 지난해 상장한 바이오기업 A사는 기술성 평가 과정에서 곤욕을 치렀다. 평가위원들에게 해당 기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한 평가위원들 중 일부가 기초적인 내용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평가결과가 나쁠까 우려했지만, 다행히 합격점을 받았다.


# 바이오기업 B사는 그간 성과를 통해 바이오 기대주로 업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했다. 발표자로 나선 B사 관계자가 평가위원 질문에 반박하면서 심기를 건드렸고 이게 평가점수에 마이너스였던 것으로 내부에선 파악하고 있다.


# 바이오기업 C사의 기술성 평가를 앞두고 한 기관투자자는 평가위원들이 전문성이 떨어지는 지적을 해도 “경청하고 납작 엎드리라”고 말했다. 비공식적으로 ‘태도 점수’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 투자자는 B사의 사례도 언급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팍스넷뉴스 남두현 기자] 국내 기술특례상장제도 도입이후 평가기관의 공정성은 늘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나마 평가결과가 좋다면 유야무야 넘어갔지만 반대라면 항상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해 다양한 소문을 확대재생산하기 일쑤였다.


최근에도 평가자들이 기술력 검증보다는 발표자의 태도를 집요하게 평가하고 있어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선 경계령이 내려졌다는 소문이 업계에 돌고 있다. 기술 평가의 전문성이 부족한 평가위원이 이제는 갑질까지 서슴치 않는다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누구말이 맞는지 파악도 쉽지 않다. 철저하게 비밀리에 평가가 이뤄지는 만큼 당사자 외에는 외부에서 제대로 검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특례상장을 놓고 평가기관과 평가 대상 기업이 점점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기술특례 상장은 벤처기업의 기술력과 성장가능성을 평가해 코스닥 상장 요건을 완화해주는 제도다. 매출액·수익성과 같은 요건이 크게 완화되기 때문에 장기간 연구개발기간이 필요한 바이오벤처기업과 같은 곳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기술특례로 상장한 21개 기업 가운데 16곳이 바이오기업이었다. 지금까지 기술성 평가 신청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한 상장이 가장 많은 업종이기도 했다.


바이오업종은 다른 분야와 비교해도 사업 가치를 가늠하기 만만치 않은 분야다. 의사, 약사, 교수 등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평가위원이 참여한다고 해도 아직 입증되지 않은 새로운 약물기전이나 플랫폼을 제대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 평가기업마다 공정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기도 하다.


기술특례제도는 평가위원과 평가기업이 이런 간극을 줄이는 절차다. 평가기관은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기술력에 집중하면 된다. 발표자의 자세를 보기보다는 기술 자체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평가대상 기업도 심사위원의 고압적 태도를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기업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 심사위원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반 투자자들은 그보다 더한 오해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기술특례 시스템상에서 평가기업이 불리한 건 분명하다. 절차와 제도를 바꿀 수 있는 건 아무래도 힘을 가진쪽에서 할 수 밖에 없다. 본의아니게 평가기관이 갑질을 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있다면 자체적으로 검증해볼 필요는 있다. 행여 기술력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을 감추기 위해 호통으로 일관했는지 말이다. 기업 측의 소명이나 반박이 전문성에 대한 도전이라고 여겨선 안 된다. 경청은 평가기업과 평가자 모두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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