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상장사 디젠스(옛 동원테크)가 감사인의 반기검토 의견 거절 판정으로 인한 후폭풍을 겪고 있다. 사채권에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잇따라 조기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 차입금 만기 연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시너지파트너스는 디젠스가 발행한 5회차 전환사채(CB)의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했다. 만기이자를 포함한 상환금액은 약 17억8000만원이다.

시너지파트너스는 지난 2016년11월3일 만기 5년짜리 CB 3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주가 상승시 전환권 행사로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표면이자율은 0%로 책정하는 대신 조기상환청구권 등의 권리행사시 최소한의 마진을 얻기 위해 만기이자는 1.5%로 계약했다. 전환가격은 주당 1920원이며 청구기간은 발행 1년뒤부터 만기 1개월 전까지다.

CB투자는 비교적 성공하는 듯 했다. 올해 초 디젠스의 주가가 2000원후반대까지 오르면서 일부 CB를 보통주로 바꿔 수익실현에 나서기도 했다. 두 차례에 걸쳐 12억2500만원어치 주식 63만8021주를 받았다. 상장일인 3월 16일 종가가 2225원으로 전환가격(1920원)을 웃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약 20%의 투자이익률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너지파트너스는 잔여 CB의 전환권은 행사하지 않았다. 일부 권리 행사 이후 주가가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급기야 5월3일부터는 전환가격을 조정하기 시작해 8월3일 최종적으로 1210원으로 하향했다. 최초 전환가격의 63%까지 조정한 것이다.

시너지파트너스는 전환권 조정이후 주가상승을 기대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반기감사의견 거절이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물거품됐다.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은 디젠스 매출채권과 이연법인세자산 등 주요계정의 적정성을 판단할 충분한 증거를 제시받지 못했다며 반기보고서 검토의견 거절 판정을 내렸다.

주가는 곤두박질쳐 CB 전환가격의 절반 수준까지 하락했고 결국 최근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했다. 감사의견 거절은 사채권자의 기한이익상실(EOD) 사유에 해당해 회사 측에 언제든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앞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자인 IBK캐피탈과 한국증권금융도 13억원어치의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했다.

디젠스는 CB외에도 7회와 8회차 사모사채도 보유하고 있어 조기상환을 대비해야하는 상황이다. 7회차 사모사채는 21억원이며 8회차는 15억원이다. 여기에 은행권 차입금 일부도 만기 연장해야 한다. 지난 8월12일 만기도래한 신한은행 대출금은 감사의견을 받기전에 이미 만기연장됐으나 오는 10월 돌아오는 하나은행 한도대출(21억원)은 협의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분위기가 좋지 않지만 만기연장에 실패하더라도 유동성에 큰 부담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115억원 규모의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에 성공해 아직 회사내 보유현금이 넉넉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젠스의 6월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59억원으로 지난해 말(49억원)보다 110억원이 늘었다.

개인투자자를 포함한 주주들이 투자한 자금으로 빚잔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회사의 재무위기는 벗어날 체력을 비축한 셈이다.

디젠스 관계자는 "BW에 이어 CB 투자자도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예정이지만 아직 사모사채 투자자들까지 신청하지는 않았다"며 "은행 차입금 만기연장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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