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세진 기자] 대상이 미국법인 신설을 통해 현지에 김치공장을 짓고 미국 내 식품사업을 본격 확대한다. 미국법인을 통해 김치 뿐 아니라 고추장 등 주력 제품의 해외 판로를 넓혀 파이가 줄고 있는 국내 시장을 보완해 나가기 위함이다. 다만 생산설비 투자만으론 파이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대상은 최근 미국 내 김치공장 건립을 위해 현지법인 ‘DSF DE, INC.(DSF)’ 법인을 신설했다. 아울러 DSF를 지배기업으로 둔 자회사 'DAESANG FOODS USA, INC.'도 신규 설립했다. 대상은 현재 미국 현지 유통사를 통해 김치를 납품 중이며, 신설된 미국법인은 현지 유통채널 및 미국에서 생산될 김치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동안 미국에 수출하던 김치 전량을 경남 거창공장에서 생산하던 대상이 미국 현지 생산을 결정한 이유는 해당 지역의 김치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미국향 한국산 김치 수출액은 ▲2016년 624만8000달러(약 74억원) ▲2017년 724만6000달러(약 86억원) ▲2018년 896만9000달러(약 107억원)로 2년 새 43.5% 늘어났다. 대상의 미국 김치공장 건립은 관세 및 물류비용 등의 절감에 따른 원가경쟁력 강화와 수요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대상 관계자도 “공장을 설립하면 미국과 그 주변국가의 수요(매출)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공장부지 및 규모는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긴 했지만 내년 상반기 중에는 착공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상은 김치를 시작으로 고추장, 반찬류 등 기타 식품군으로도 미국 판로 개척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특히 장류의 경우 국내시장 규모가 점점 쪼그라들고 있는데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까지 확실시 돼 더 이상의 내수사업 확대가 막막한 상황이다. 미국 시장 공략을 통해 국내 리스크를 해소하고 지속적 성장을 이어가겠단 것이 대상의 전략인 셈이다.

다만 대상이 생산설비에 투자를 하더라도 유통망 확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파이 늘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지적이다.  월마트, 크로거, 코스트코 등 하이퍼마켓이 유통 대세로 자리잡은 미국에선 어떤 수입 유통업체를 만나 어떤 유통망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려서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17년 ‘농식품 해외시장 맞춤조사’에 따르면 미국내 하이퍼마켓 및 슈퍼마켓의 유통점유율은 73.9%에 이른다. 

다시 말해 하이퍼마켓 입점 여부에 따라 인지도 및 실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하이퍼마켓의 입점 심사가 매우 까다로워 유통망 확보가 쉽지 않단 점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 식품회사들의 경우 현지 회사를 인수합병(M&A) 하는 방식으로 하이퍼마켓에 입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은 냉동식품의 현지 보급을 위해 미국 2위 냉동식품업체 쉬완스를 인수했고, 풀무원은 풀무원은 미국 두부 생산 1위 기업인 나소야를 품에 안으면서 월마트 등 하이퍼마켓에 입점했다.

반면 대상의 경우 코스트코, 알버슨 등에는 입점했지만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월마트와 크로거의 벽은 넘지 못한 상태다. 결국 미국공장 설립으로 현지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물류망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미국법인의 유통망 확보가 사업확대의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단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상이 현지에서 마트 채널 추가 확보를 위해 열심히 알아보고 있는 중으로 알고 있다”며 “까다로운 현지 유통망을 뚫지 못하면 점유율 확대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