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세진 기자]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현대그린푸드에 대한 지배력을 빠른 속도로 높여가고 있다. 장내매수를 통해 올 들어 이 회사 주식을 90억원어치나 사들였다. 현대그린푸드가 2018 회계연도를 기점으로 배당성향을 크게 상향한 만큼 정 부회장이 내년 수령할 배당금 규모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정 부회장이 배당금을 모아 향후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의 계열분리 자금으로 활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5일 개인사재 15억원을 들여 현대그린푸드 주식 12만8474주를 매입했다. 이에 따른 그의 보유지분율은 23.8%로 종전보다 0.13%포인트 상승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정 부회장의 현대그린푸드 지분 매입이 지난 5월부터 꾸준히 이뤄져 왔단 점이다. 정 부회장이 올 들어 매입한 현대그린푸드 주식수는 총 102만4814주며, 이를 위해 들인 자금은 90억원에 달한다. 연초 23.03% 수준이던 그의 지분율이 6개월 새 0.77%포인트나 상승한 배경이다.

현대그린푸드의 지분을 꾸준히 늘려온 덕에 정 부회장의 이 회사 지배력도 소폭 강화됐지만 2019 회계연도 두둑한 배당금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둔화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덕에 현대그린푸드의 배당 여력이 크게 확대된 상태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잉여현금흐름(FCF)는 올 3분기 1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1% 증가했다. 아울러 9월말 기준 2657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 중인 데다, 부채비율도 26.3%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그린푸드의 배당성향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초 배당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데다 정교선 회장이 유일하게 배당금을 지급받는 곳인 까닭이다. 실제 현대그린푸드의 2018 회계연도 배당금은 주당 210원으로 직전 연도에 비해 130원 올렸다. 이에 따른 총 배당금 규모는 183억원으로 같은 기간 162.5% 증가했고, 이에 따른 배당성향도 6.2%에서 17.8%로 크게 상승했다. 따라서 현대그린푸드 역시 점진적으로 배당성향을 확대해 코스피 상장사 평균 수준까지 높이지 않겠냐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2018 회계연도 코스피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23.7%였다.

일각에선 현대그린푸드의 배당금을 바탕삼아 정 부회장이 향후 현대백화점과 계열분리에 나설 것이라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과거부터 정 부회장의 형인 정지선 회장이 유통부문인 현대백화점 계열을, 정 부회장이 비유통 부문인 현대그린푸드 계열을 나눠서 지배할 것이란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의 계열분리를 위해선 정지선 회장의 현대그린푸드 지분 12.07%와 현대그린푸드가 보유한 현대백화점 지분 12.05%를 스왑해야 하는데, 양사의 주가(현대백화점 주당 8만2500원, 현대그린푸드 1만2000원)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현재로썬 어렵다. 하지만 현대그린푸드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범위에 포함돼 있는 상태라 계열분리를 지속적으로 외면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현행 공정거래법 상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상장사에 한해 내부거래가 200억원 이상, 매출의 12% 이상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현재 정 회장 형제를 비롯한 오너일가는 현대그린푸드 지분을 38.44% 보유 중이고, 작년 특수관계자와 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액은 2000억원을 넘는다. 언젠가는 계열분리가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교선 부회장의 잇따른 지분매입은 주주가치 제고 및 책임경영 강화 일환일 뿐 "이라며 "계열분리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