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부회장, SK건설 경영 손뗐나
"현 경영진과 이별주"…당분간 안재현 체제 지속 전망

[팍스넷뉴스 김진후 기자] 안재현 SK건설 대표이사의 유임이 사실상 결정되면서 이를 놓고 업계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경영권을 행사해 온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영향력이 종료됐지만 현 경영진의 실적이 양호한데다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경영 안정에 방점을 찍은 인사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안 대표의 재임 기간이 짧아 경영 능력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대다수다.


SK그룹은 지난 5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인사 대상에는 SK건설 상무급만 포함됐고 사장급은 제외됐다. 사실상 현 사장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SK건설은 당사자의 사의 표시나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12월 안에 사장급 인사를 끝낸다”며 “내년 주주총회가 남아있지만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안 대표는 내년 3월말 등기임원으로서 첫번째 임기가 만료되지만 주주총회에서 무난히 유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건설 실적 추이. 출처=전자공시시스템.


◆‘최창원의 사람’ 사내이사진 포진


SK건설은 그동안 SK㈜가 최대주주였지만 경영권은 최창원 부회장이 행사하는 모호한 지배구조를 유지해왔다. 형제간 분쟁이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 SK그룹의 특성이 반영된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SK건설 사내이사진만 살펴봐도 최창원 부회장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다. 사내이사진은 안재현 대표이사와 임영문 대표이사, 이성형 기타비상무이사의 3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이중 안 대표와 임대표는 SK디스커버리 계열회사 출신으로 '최창원 부회장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


안재현 대표는 지난 2017년 1월부터 SK건설 대표이사직을 수행 중이다. 증권사 출신의 안 대표는 SK그룹으로 소속을 옮겨 ▲SK가스 경영지원부문장 ▲SK D&D 기타비상무이사 ▲SK건설 글로벌 Biz 대표 등을 역임했다. 안 대표는 2017년 SK건설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린 후 지난해 12월 최고경영책임자(CEO) 자리에 올랐다.


임영문 대표 역시 사내이사에 선임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조기행 전 대표이사 부사장의 퇴진 이후 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SK건설의 각자 대표 체제가 구축됐다. 임 대표의 첫 시작은 SK㈜였지만 이후 SK케미칼로 이동한 뒤 ▲사장실 임원 ▲전략기획실장 ▲재무지원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후 SK건설로 자리를 옮겨 재무실장, 기획부문 겸 재무부문장 등 재무통 행보를 다져왔다.


반면 이성형 이사는 ▲SK㈜ 홀딩스 재무부문장 ▲SK텔레콤 재무관리실장 등을 역임해 최태원 회장의 사람으로 분류된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는 최대주주가 최태원 회장이다. SK텔레콤은 SK㈜가 지분 26.78%를 보유한 자회사다. 


주목할 점은 SK디스커버리가 지난 6월 보유 중이던 SK건설 지분 28.25%를 모두 매각했다는 점이다. SK디스커버리는 최창원 부회장이 지분 40.18%를 보유한 지주사다. 그동안 최 부회장은 2대주주에 머물렀지만 최태원 회장의 묵인 하에 경영권을 행사했다. 지분 매각으로 이 같은 기형적인 경영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창원 부회장이 SK건설 지분을 전량 매각한 이후, 안재현 대표, 임영문 대표와 이별주를 했다는 후문이 있다”며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뗀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해석이 많다”고 말했다.


◆현 경영진 성적표, 준수한 편


최창원 부회장이 SK건설 경영에서 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현 경영진을 유임시킨 것을 놓고 최태원 회장의 의중에도 관심이 모인다. 일단 현재 경영진 성적표가 준수한 점이 유임 1순위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7월 라오스 댐 붕괴 사고 이후 SK건설의 영업이익은 867억원으로 전년도(2023억원)의 42%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2018년 4분기 손실 731억원을 인식한 결과다. 이와 함께 사고수습비용으로 기타충당부채 560억원을 계상했다.


라오스 댐 붕괴 사고는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사고 이후 수주잔액에 큰 변동이 없다"며 "SK건설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다소 리스크 높은 해외투자 개발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는 작년의 실적악화를 딛고 169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4분기 실적을 감안하면 2017년 영업이익(2023억원)에 근접할 전망이다. 당기순이익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7년 555억원, 2018년 694억원 수준에 머물렀지만 올해 1362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신용평가 업계에선 매출액도 지난해 수준을 무난히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분기별 평균 매출액은 1조8492억원으로 전년도 평균액 1조6089억원을 뛰어넘은 상황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SK하이닉스 공사 물량이 반영되고 있어 매출액 진작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SK건설의 플랜트 사업 비중이 워낙 높다보니 부동산 호시절에 주택사업을 영위한 다른 기업과 비교해 외형 면에서 크게 성장하지 못한게 사실”이라며 “이런 부분이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SK건설의 상장(IPO) 추진도 현 경영진을 유임시킨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라오스 댐 붕괴사고, 조기행 전 부회장의 퇴임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경영 안정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평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언젠가는 최태원 회장이 자기 사람을 앉힐 가능성이 농후한 것도 사실”이라며 “현재로선 SK건설의 내실을 다져 작년 이전으로 체력을 회복한 후 IPO를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재현 대표와 임영문 대표가 이제 겨우 임기를 1년가량 채웠다는 점도 유임을 결정한 요인 중 하나"라며 "재임기간이 짧았지만 현 경영진이 준수한 실적을 보이고 있어 굳이 무리해서 교체할 필요성도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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