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벤처캐피탈 업계에 따르면 캐피탈원의 여한구 대표는 올해 초 지휘봉을 내려놓고 고문으로서 펀드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 거취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여 고문은 2009년 캐피탈원 설립 때부터 대표를 맡아왔던 인물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 출신으로 캐피탈원을 문화콘텐츠 전문 투자사로서 궤도에 오르도록 하는 데 큰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여 고문의 대표직 사임은 2~3년 전부터 예견돼 있었던 일로 추정된다. 여 고문은 2016년 결성한 '캐피탈원 여성창조기업투자조합(약정총액 145억원)'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지 않았다. 이후부터는 대부분의 펀드에 운용인력으로만 이름을 올리며 후배들의 투자 활동을 돕는 역할에 집중했다. 

업계에서는 여 고문은 현재 맡고 있는 펀드 운용 문제만 해결되면 회사를 떠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여러 펀드에 관여하고 있는 만큼 상당 기간 캐피탈원에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 고문은 현재 '캐피탈원 여성창조기업투자조합'의 대표펀드매니저를, 캐피탈원 중저예산영화전문 투자조합 2호(240억원)', '캐피탈원 조선업 구조개선 투자조합(200억원)', '캐피탈원 해양신산업 투자조합(145억원)' 핵심운용인력을 맡고 있다. 

또 지난해 하반기까지 공동대표를 맡았던 오영석 씨는 캐피탈원 소유주인 하나앤컴파니에 의해 해임되기도 했다. 오 전 대표는 캐피탈원의 투자 영역 다각화를 위해 영입된 전문경영인이었다. 골드만삭스 홍콩, 라자드아시아리미티드 한국지점 등에서 대표를 역임했던 인수·합병(M&A) 전문가다. 

여 고문과 오 전 대표의 빈자리를 채운 사람은 송승엽 대표다. 송 대표는 2010년 캐피탈원에 입사한 인물로 최근까지 상무를 맡고 있었다. 송 대표는 '캐피탈원 조선업 구조개선 투자조합'과 '캐피탈원 해양신산업 투자조합' 대표펀드매니저를 맡고 있으며, 수산 분야 투자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만 보면 전문경영인이 경영권을 이어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사회 구성을 보면 캐피탈원의 소유주가 친정체제 구축에 나선 모양새다. 하나앤컴파니의 실질적인 소유주인 김지홍 회장의 아들과 측근이 캐피탈원 이사회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최근 하나앤컴파니 사내이사이자 김 회장의 막내 아들인 김민석 씨가 사내이사로 캐피탈원 이사회에 들어왔다. 현재 김민석 사내이사는 영국계 벤처캐피탈인 킹슬리벤처스에서 심사역으로 일하고 있는 인물이다. 김 사내이사는 당분간 캐피탈원에서는 특별한 직책을 맡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91년생으로 캐피탈원 주식 3%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김 사내이사를 중으로 캐피탈원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 시점이 되면 김 사내이사가 캐피탈원에 합류, 송 대표에 이어 경영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지난해 하반기에는 하나앤컴파니 주요주주사인 녹십자수의약품 신동일 사내이사가 캐피탈원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녹십자수의약품은 김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캐피탈원 관계자는 "여한구 대표가 대표직을 사임한 것은 맞지만 아직 거취가 결정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