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이글은 최근 2회차 CB를 발행했다. 발행권면총액은 100억원, 하나은행이 사채권 전량을 사들였다.

눈길을 끈 건 기타항목으로 포함된 '풋옵션 행사 가능 요건'이다. 자이글은 사채권자가 풋옵션을 행사하기 위한 조건을 직접 설정했다. 순서대로 ▲상장폐지 요건 발생 ▲담보 제공한 부동산 처분 ▲여신거래 약관상 기한이익 상실 사유 발생 ▲이자보상배율 1.44 미만 하락 등이다. 이 가운데 한 가지 이상에 해당할 경우에만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투자업계는 자이글이 구체적인 풋옵션 행사 조건을 설정한 건 이번 CB 발행 배경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자이글은 2회차 CB 발행 목적을 "1회차 CB 상환자금 마련"이라고 밝혔다. 최근 람다자산운용이 청구한 1회차 CB 풋옵션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상환대금이 110억원 규모로 작지 않았던 까닭에 자금 마련책 확보가 시급했다.

이런 가운데 당장 손에 쥔 현금은 부족했다. 3월말 기준 자이글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5억원 상당. 청구 받은 풋옵션 대금을 온전히 충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결국 CB 상환자금을 또 다른 CB를 찍어 돌려막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안전장치로 걸어둔 것이 '풋옵션 행사 가능 요건'이다. 사채권자의 혹시 모를 풋옵션 행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만기일 이전에 상환자금으로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은 생기지 않을 전망이다.

동시에 CB 표면금리에 변동성을 부여했다. 초기 금리를 2.48%로 설정하고, 3개월 주기로 변동금리를 적용한다는 조건이다. 표면적으론 CB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지만, 실질적으론 담보 대출과 비슷한 성격을 띠게 된 셈이다.

다른 발행조건들은 자이글에 유리하게 설정했다.

특히 전환가액을 시가보다 높게 잡았다. 가중산술평균주가로 산정한 금액에 56.6%를 할증했다. 14일 기준 종가(4335원)보다 2회차 CB 전환가액(7100원)이 높다.

콜옵션(매도청구권)으로 회수할 수 있는 한도 또한 최대치까지 높여 잡았다. 향후 주가 상승이 이뤄져 사채권자의 CB 전환청구가 예상될 경우 콜옵션을 100% 한도로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최대주주의 지분율 희석 우려를 없앴다.

자이글은 이번 CB 발행으로 단기 자금 압박을 해소하고, 신사업 확장 기조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몇 년 전부터 몸집을 키우고 있는 웰빙가전 부문에 더욱 집중할 태세다. 궁극적으로는 웰빙가전 부문을 주요 수익창출원으로까지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자이글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액이 180억원으로 다소 축소됐지만, 영업이익은 3년 만에 흑자전환했다"며 "자이글 그릴 제품군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웰빙가전 부문 매출을 크게 늘린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올 1분기 기준 자이글의 주요 매출원은 자이글 그릴 65.4%, 웰빙가전 34%, 외식사업 0.6% 순이다. 작년 1분기 매출 구성이 자이글 그릴 89.7%, 웰빙가전8.9%, 외식사업 1.4%였던 것을 고려하면 새로운 수익원으로의 사업 전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