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올 초 CES 무대에 선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새로운 정체성(identity)으로, '퓨처 빌더(Future Builder)'를 제시했다. 세계 최고의 조선사를 넘어 인류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개척해 나가자는 의미가 내포된 것인데, 이를 구체화한 50주년 비전을 선포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 'HD현대'와 같은 이름으로 새 출발한다. 조선업 회사 이미지를 쇄신하고, 미래 신사업으로 저변을 넓히겠단 포석이다. 조선해양·에너지·산업기계 등 3대 사업 중심으로 새 비전을 밝혔다. 

26일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글로벌R&D센터(GRC)에서 진행한 50주년 비전 선포식에 참석,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다음 50년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비전 선포식에서 HD현대는 그룹의 공식명칭 변경을 선언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지주가 HD현대로 변경했는데, 그룹명 역시 같은 사명을 쓰기로 했다. 

당초 현대중공업지주는 산업용 로봇의 생산·판매 사업을 영위하면서 자회사를 관리하는 사업형 지주사로 출발했다 지난 2020년 로봇사업(현재 현대로보틱스)을 분할하면서 투자형 지주사로 역할을 변경했다. 그 후속조치로 현대중공업지주의 사명도 HD현대로 변경했다. 글로벌 조선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탓에 미래 사업 구상시 제약도 컸기 때문이다. 

이번 그룹명을 변경한 것도 같은 고심에서 출발했다. 이날 정기선 사장은 "이제 앞으로의 50년, 그리고 100년은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또 다른 도전의 시간이 돼야 한다"라며 "세상이 이렇게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성공에 안주하고 과거의 방식을 계속 고집하다가는 뒤쳐질 수 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HD현대로 그룹명을 변경하고, 향후 주목할 3대 사업은 조선해양·에너지·산업기계 등이다. 정기선 사장은 "조선해양사업에서 우리는 '바다의 무한한 잠재력을 실현'할 것"이라며 "앞으로 바다에서 선박 물류뿐만 아니라, 자율운항, 디지털 솔루션까지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전동화, 무인화, 친환경 연료 기술 등을 통해 보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선박을 만들고, 해상 인프라에서 수집되는 데이터에 인공지능을 결합한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해양 모빌리티 기술을 선도할 방침이다.

에너지 사업은 '지속 가능성'에 주목한다. 정 사장은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달성 요구는 이제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분야 계열사들은 고효율, 친환경으로 주목받는 미래 산업용 고부가 복합소재 개발에 힘쓰는 한편, 친환경으로 주목받는 미래 산업용 고부가 복합소재를 개발할 계획이다. 수소나 바이오 등 청정 에너지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산업기계 사업에서는 '시공간적 한계를 초월하는 산업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정 사장은 "무인화 기술을 통해 인간이 갈 수 없는 곳, 인간이 깨어있지 않은 시간에도 일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 산업 현장의 안전과 효율에 새로운 차원의 혁신을 선보이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약 1000명의 임직원들이 직접 응원의 메시지를 적은 종이비행기를 함께 날리는 이벤트로 마무리됐다. 울산, 영암, 대산 등 전국 그룹사 임직원들도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행사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