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호텔롯데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롯데건설을 위해 또다시 현금조달에 발 벗고 나섰다. 앞서 유상증자에 참여해 861억원을 수혈해준 데 이어 롯데건설이 신규 발행할 전환사채(CB)에 대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체결로 신용도도 보충해 준 까닭이다. 이에 호텔롯데가 채무보증이 제한된 계열사 지원을 위해 우회 보증을 서줬단 반응도 시장 일각서 나오고 있다.

27일 재계 등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오는 30일 롯데건설이 발행할 2000억원 규모의 CB를 취득하는 특수목적회사(SPC) 에스프로젝트엘과 CB 양도 차익을 정산하는 TRS 계약을 맺었다. 이와 관련해 호텔롯데 관계자는 "계열사 지원을 위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짧게 답했다.

TRS란 거래 당사자가 계약기간 내 기초자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총수익을 상호 교환하는 파생상품을 말한다. 원리금에 비해 채권의 매각가격이 떨어질 경우 TRS 체결자가 SPC나 금융기관 등에 차액을 대신 정산해줘야 한다. 반대의 경우에는 체결자가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이번 거래는 일반적인 TRS와는 차이를 보여 시장의 눈길을 끌고 있다. TRS는 통상적으로 금융사가 SPC를 설립, 기업 주식을 매수한 뒤 해당 기업의 실제 투자주체로부터 수수료 등을 받고 만기 시 정산하는 거래 방식이다. 하지만 호텔롯데는 이번 TRS 거래에서 CB의 양도차익 정산 뿐 아니라 롯데건설이 발행하는 CB의 가치가 하락하거나 휴지조각이 될 경우 그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지기로 했다.

다시 말해 롯데건설이 SPC에게 빌린 돈을 호텔롯데가 대신 갚고, 추후 호텔롯데는 CB 발행 조건대로 롯데건설 지분(4.95%)를 받거나 CB대금을 상환 받는 형태인 셈이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선 에스프로젝트엘과 호텔롯데 간 TRS는 사실상 채무보증에 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호텔롯데가 롯데건설의 신용도 보강을 위해 TRS를 동원한 건 현행법이 직접적인 채무보증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산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경우 국내금융기관으로부터 여신과 관련해 국내계열회사의 채무를 보증하는 행위를 제한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 역시 "(에스프로젝트엘과 호텔롯데가 맺은 TRS) 계약서를 봐야 알겠지만 TRS는 법적 채무보증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탈법, 편법 등으로 규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TRS를 통한 우회 채무보증은 공정거래위원회와 시민단체 등에서도 우려를 표한 행위이기도 하다. 계열사 연쇄부도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채무보증 금지 규제에 대한 파훼법으로 쓰이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TRS를 통한 채무보증 우회수단을 쓰고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한 발 더 나아가 TRS 계약 내용이 실질적 채무보증일 경우 이를 탈법행위로 추가할 필요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