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한화자산운용이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를 새 수장으로 맞는다. 권 대표는 증권과 보험에 정통한 금융 전문가일 뿐 아니라 35년간 '한화' 외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신규 ETF(상장지수펀드)나 공모펀드 활성화 등 주요 현안에 있어 그룹사와의 공조를 염두한 인사로 풀이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운용은 다음달 이사회와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권희백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확정할 예정이다. 권 대표는 지난 35년 가량 그룹에 몸담은 골수 '한화맨'이다. 지난 1988년 한화증권(현 한화투자증권)에 입사한 권 대표는 실무급을 거쳐 ▲한화투자증권 리스크관리본부장 ▲한화투자증권 기획관리본부장 ▲한화생명 투자사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2017년에는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에 올라 5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연임이 예상됐던 기존 한두희 대표는 계열회사인 한화투자증권으로 이동해 CEO 지위를 이어간다. 지난해 연말 고용노동부의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에서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거두는 등 괄목한 성과를 낸 점을 인정받아 영전하게 됐다는 평가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배구조상 한화자산운용의 자회사에 해당되지만 연수익이 약 8배에 달해 그룹 내 기여도에서 크게 앞선다. 한화그룹의 금융 계열사는 '한화생명(100%)→ 한화자산운용(46.08%)→ 한화투자증권'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운용-증권사간 CEO가 '맞트레이드'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조직에 '긴장'과 '안정'을 동시에 불어넣을 수 있는 방안을 택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장 교체 카드로 두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 넣으면서도, 사업 연계성이 높은 계열사 쪽 인물로 안정을 꾀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화자산운용의 경우 한화맨인 권 대표를 수장으로 맞은 만큼 그룹사와의 공조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에너지, 방산, 우주산업, 태양광 등 그룹의 핵심 비즈니스와 연계된 상품 출시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실제 한화운용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와 직결된 ETF를 선보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한화운용이 선보인 아리랑(ARIRANG) 글로벌수소&차세대연료전지MV(2월), ARIRANG iSelect우주항공&UAM(3월)이 대표적이다. 지난달에는 국내 첫 방산 테마 ETF인 ARIRANG K방산Fn을 상장시키며 그룹과의 보폭 맞추기 행보를 이어갔다.

이 중 ARIRANG우주항공&UAM과 ARIRANG K방산은 그룹의 중추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주)한화 등에 직접 투자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오는 4월에는 태양광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ETF를 국내 최초로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흐름에 비춰봤을 때 향후에는 에틸렌(여천NCC), 시큐리티(한화테크윈) 등 그룹사와 관련된 테마를 내놓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신규 ETF 외에도 권 대표는 자신의 전직인 한화투자증권(판매사)과 최근 금융권에서 일고 있는 공모펀드 활성화 움직임에 맞춰 머리를 맞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사 사정에 정통한 권희백 대표를 새롭게 수장으로 맞은 만큼 그룹의 주력 비즈니스와 연계된 행보가 계속될 걸로 보인다"며 "특히 공모펀드 활성화 정책에 맞춰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