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생명, '해외투자 늘려야 하는데···' 수익률 고심
2년 연속 외화유가증권 투자 주춤···환헤지 비용 증가 등으로 골머리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3일 16시 0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현희] NH농협생명보험이 전체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운용자산수익률 하락에 외화유가증권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수익률 개선을 위해 일부 매도가능증권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으나 아직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13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농협생명의 외화유가증권 투자규모는 13조47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64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2018년 한 해 동안 4400억원 증가한 것보다는 연간 신규 투자 규모가 늘었지만, 지난 2014년 말 기준 7000억원에 불과했던 외화유가증권 투자 규모가 매년 급증한 것에 비하면 2년 연속 주춤한 셈이다. 


이는 환헤지 비용 증가에 따른 전체 운용자산수익률이 하락 때문이다. 환헤지를 위해 통화스왑(CRS)과 외환(FX)스왑 등을 활용하는데 한미 기준금리 역전 등으로 FX스왑 포인트가 마이너스 구간에 머물면서 주요 투자처인 미국 채권 수익률 상승분보다 환헤지 비용 증가분이 커졌다.


그렇다고 외화유가증권을 줄일 수도 없다. 현재 농협생명을 비롯한 생명보험사들은 오는 2021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외화유가증권, 특히 해외 채권 투자에 나서야 한다. 


농협생명도 운용자산 대비 외화유가증권 비중을 21%까지 늘리며 일반 계정 한도 기준인 30%를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해외 채권 투자에 우호적이지 않다. 특히 달러표시채권 투자 환경은 더 나쁘다. 이는 결국 농협생명 실적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협생명은 2018년 중 700억원의 대규모 손상차손 및 1509억원의 매각손실로 별도기준 연간 1230억원의 순손실을 보였는데, 지난해 3분기도 누적 251억원 순익에 그쳤다. 2015년 1555억원, 2015년 1515억원, 2017년 1009억원의 연간 순이익 규모에 비하면 아직도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협생명은 일부 매도가능유가증권 중 달러표시채권을 매도해 원화표시채권과 이종통화표시채권으로 교체하고 일부 외화 대출채권도 매도하는 등 수익률 개선을 꾀하고 있지만, 극적인 운용자산수익률과 실적 반전을 이루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협생명의 운용자산수익률은 2% 중반대로 업계 평균인 3% 중반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도 좋지 못한 상황에서 안정성 확보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농협생명의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공채 투자 규모는 24조5000억원으로, 전체 운용자산 중 38.9%의 비중이다. 2016년말 국공채 비중이 47.1%였던 점을 감안하면 8.2%포인트나 줄어든 셈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금리인하가 계속되고 달러 약세로 전환될 때의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국공채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며 “농협생명이 수익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협생명이 해외 대출채권 등을 매각해 환헤지 비용을 일부 만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농협생명의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를 개선하지 않으면 외화유가증권에 대한 증거금 요구 등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 약세로 전환하면 외화유가증권 가치도 떨어져 별도로 증거금이 요구될 수도 있다. 달러 크레딧 라인도 없는 상태에서 ‘달러 기근’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도 이 같은 우려를 드러내며 지난해 6월 농협생명에 대한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기평은 보고서를 통해 “환헤지 비용 부담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농협생명의 단기간 내 유의미한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며 “농협생명의 보험금지급여력비율(RBC)도 200%를 밑돌고 있어 개선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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