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포트폴리오 강화 분주…손보사 인수 가능성은
재추진 시점 미정…교보증권 경쟁력 강화 나설 듯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8일 10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 사옥 전경. (제공=교보생명)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교보생명은 다양한 사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인수나 증권사 유상증자 등을 통해 비보험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간 교보생명(그룹)은 증권, 자산운용, 자산신탁 등 다양한 금융사를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지만 생명보험업(교보생명)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크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권에서는 교보생명(그룹)이 비보험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면 지주사 전환 명분을 한층 더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가치 제고, 기업공개(IPO) 등 추후 작업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 비보험 분야 경쟁력 강화에 대규모 자금 출자


지난해 2월 지주사 전환 추진을 공식화한 교보생명은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비보험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숨 가쁘게 움직였다. 가장 먼저 파빌리온자산운용을 인수했다. 지분 100%를 인수한 교보생명은 이후 교보AIM운용으로 이름을 바꾸고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인수 작업은 지난해 4월 마무리됐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을 통해 자산운용업을 영위하고 있던 만큼 파빌리온자산운용 인수는 대체투자 부문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이뤄졌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현재 금융사들이 앞다퉈 자산운용업을 다각화하며 대체투자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에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교보증권에 2500억원의 자본금을 확충했다. 증권사 경쟁력은 자본력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이 또한 비보험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교보생명의 셈법이 작용한 결과로 여겨졌다.


당시 교보증권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전방위로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도 조기에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종투사 자격요건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이다. 교보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증자 이후 1조8679억원으로 15.5% 증가했으나 종투사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올해 3월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교보라이프플래닛에 1250억원을 출자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디지털 생명보험사로 설립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적자 흐름을 좀처럼 끊지 못하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자금 지원은 디지털 혁신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하는 신창재 회장의 신념 등에 비춰볼 때 사실상 투자 성격이 강하다. 신 회장은 지난해 8월 열린 '창립 65주년 기념식'에서 "과감한 혁신과 함께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사 인수 재추진 시점 '미정'…교보증권 '주목'

교보생명은 비보험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으나 계획대로 되지 않은 일도 있다. 바로 손해보험사 인수다. 지난해 6월 열린 이사회에서 손해보험업 진출을 공식화한 뒤 교보생명은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지분 인수 등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교보생명은 손해보험사 인수 가능성을 계속해서 열어두고 있으나 구체적 시점은 못 박아두지 않고 있다. 여러 요인을 고려할 때 이른 시일 안에 손해보험사 인수를 재추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주사 전환에 손해보험사 인수가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필수 사항은 아닌 데다 올해가 보험사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2년차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판단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교보생명이 교보증권 키우기에 더욱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교보생명(그룹)에서 교보생명 다음으로 규모가 큰 만큼 교보증권을 키우는 편이 교보생명 중심의 수익 구조를 빠르게 바꾸는 데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보증권에 힘을 싣는 구체적 방안으로는 자금 지원 등을 통한 종투사 인가 속도 등이 제시된다.


교보생명이 지난해 말 공시한 '2023년 3분기 교보금융복합기업집단 현황' 자료에 따르면 개별 또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소속금융회사 12곳의 총자산은 119조5259억원이다. 이 가운데 교보생명이 자산 104조7988억원으로 87.6% 비중을 차지하고 교보증권 자산은 13조2406억원(11.0%)으로 다음으로 비중이 높다.


◆지주사 전환 이후 고려한 전략 필요


교보생명의 비보험 포트폴리오 강화는 지주사 전환 이후를 고려해도 꼭 필요한 작업이다. 당장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 뒤 신 회장과 풋옵션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사모펀드와 갈등을 매듭짓기 위해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는데 교보생명이 아닌 다른 사업군에서도 수익을 내면 기업가치를 더 높게 인정받을 수 있다. 


현재 교보생명 2대 주주인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하며 신 회장과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계약 내용은 2015년까지 기업공개를 못 하면 신 회장이 어피너티컨소시엄이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을 다시 사준다는 것이다.


교보생명의 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자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8년 풋옵션을 행사했는데 풋옵션 가격을 두고 신 회장과 몇 년째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어피너티컨소시엄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가치도 높아지는데 실제로 투자금 회수까지 이어지려면 상장이 필수라고 보는 게 금융권의 대다수 시선이다. 


장기적으로 금융지주로 경쟁력을 키워가기 위해서도 비보험 포트폴리오 강화는 시점에 관계없이 필요하다. KB금융지주 등 은행 금융지주들은 보험 등 비은행 부문 강화에 힘을 실으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고 보험사 기반 금융지주인 메리츠금융지주도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등 든든한 계열사를 2곳 두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관련해 아직은 주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단계"라며 "손해보험사 인수 가능성은 계속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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