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오너家, GS건설 지분 줄이나
허창수 회장· 네오텍 지분 매각…공정위 20%룰 피하기 전략

[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GS그룹의 오너 일가가 지분 축소에 나서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과거부터 공언해온 공익재단에 주식을 증여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낮아져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을 피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GS그룹의 이 같은 행보는 공정위 규제를 앞둔 재계의 최근 고민과 맞물리면서 대응책 중 하나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공정위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정’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국세청과 함께 대기업계열 공익재단의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허 회장, 10년 이상 남촌재단에 주식 증여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자신이 보유한 GS건설 주식 12만 2000주를 남촌재단에 증여했다. 주당 처분 단가는 5만 2600원이며 증여 금액은 총 64억원이다. 10%가 넘던 허 회장의 지분율은 9.41%로 줄어들었다. 남촌재단 지분율은 1.12%(87만 8160주)로 늘어났다.


남촌재단은 허준구 명예회장의 호를 따 2006년 12월 설립했다. 당시 허창수 회장은 “기업은 이윤을 반드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선친의 뜻을 지키기 위해 100억원 규모의 GS건설 주식을 출연해 재단을 만들었다. GS건설도 100억 원을 보탰다. 이후에도 허 회장은 10년 이상 꾸준히 GS건설 주식을 남촌재단에 증여했다.


현재까지 증여한 주식 수가 87만 8160주에 달한다. 허 회장의 증여 덕분에 남촌재단의 자산총액은 출범 초기 200억원에서 올해 9월 기준 464억원으로 늘어났다. 특이하게도 허 회장이 보유한 ㈜GS와 센트럴모터스 등의 주식은 증여대상에서 제외했다.


허 회장의 주식 증여로 GS그룹 오너가가 보유한 GS건설 지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남촌재단 설립 전 오너가의 지분율은 30%가 넘었지만 2009년 29%대로 떨어진 이후 2016년 28.2%, 2017년 27.5%로 하락했다. 허 회장의 이번 지분 증여로 오너가의 지분율은 25.96%로 낮아졌다.


선의로 시작한 허 회장의 주식 증여는 뜻밖의 결과를 가져왔다. 2015년 2월부터 시행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정’ 대상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사다. 이중 △전체 매출액에서 계열사 간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12% 이상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원보다 많은 곳을 실질적인 규제 대상으로 지정한다.


올해 6월말 기준 GS건설의 계열사 거래 매출은 2360억원으로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오너가의 지분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공정위의 칼날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공정위, 규제 대상 총수일가 지분 20%로 변경 추진


허 회장의 주식 증여를 단순히 공정위의 규제를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남촌재단에 주식을 넘기기 시작한 2006년은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이슈가 불거지기 이전이다. 외부의 환경 변화와 관계없이 허 회장은 GS건설의 주가 수준을 감안해 일관되게 남촌재단에 주식 증여를 해왔다.


다만 과거와 달리 허 회장의 주식 증여를 단순히 공익사업 추진만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워졌다. 공정위가 대기업집단 규제대상 기준을 총수일가 지분 30% 초과에서 2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 회장이 남촌법인에 주식 증여를 계속 한다면 오너가의 GS건설 지분이 20% 미만으로 낮아지면서 공정위의 규제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


주식 증여에 따른 세재 혜택도 기대할 수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익재단에 증여하는 회사 지분은 5%까지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현재 남촌재단의 지분율(1.12%)을 고려하면 3.38%포인트의 여력이 남아있는 셈이다.


최근 GS건설 특수관계인이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는 점도 GS 오너가가 의도적으로 지분율 낮추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GS네오텍은 지난 4~6일 보유 중이던 주식 12만 6000주를 모두 장내 매도했다. 주당 처분 단가는 4만 8000원 안팎이다. 허창수 회장을 비롯한 GS건설 특수관계인은 19인에서 18인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GS건설의 전환사채(CB)가 주식으로 전환돼 발행주식 총수가 증가하면서 기존 GS 오너가의 지분율을 낮추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늘어난 주식 수는 710만주에 달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20% 룰’ 강화를 앞두고 대기업집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한다. IB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대기업집단이 20% 룰 적용을 피하기 위해 IB와 대형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중에는 장내매도를 통한 지분율 하락 혹은 공익재단 증여 등을 비롯해 외부에서 백기사 역할을 해줄 재무적 투자자(FI)를 찾는 작업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세청이 대기업집단의 공익재단을 전수조사하고 있음에도 허 회장이 남촌재단 증여를 지속한 것은 선친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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