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험사의 솔직해질 용기
미래 성장동력 점찍은 '해외사업'…진출 소식만큼 현황도 투명하게 알려야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9일 08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Pixabay)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최근 보험사의 해외사업 관련 기사를 쓰는 데 취재가 쉽지 않아 곤혹스러웠다. 보험사 현지법인이나 해외 주재원에게 직접 묻는 게 가장 정확하고 빠르겠지만 연락처조차 알아내기 버거웠다. 차선책으로 사업보고서 등 자료를 뒤지고 회사에 직접 물으며 기사를 작성했지만 실제 어느 정도로 시장에 자리잡았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알아내지 못했다.


해외사업 관련 자료는 사업보고서 한 편에 실린 자산 현황이나 실적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해외 네트워크 현황과 함께 국가별 사업전략을 써둔 곳이 더러 있었지만 내용이 목표와 비전 중심으로 다소 추상적이다. 


보험사에 직접 특정 국가에서 발생하는 보험료 수입이나 현지 보험 설계사 수 등을 물었을 때는 예외 없이 '아직 말씀드릴 단계가 아니니(규모가 작다) 이해해 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해외에 진출할 때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대대적으로 알렸던 보험사들이었기에 해외사업 현황 공유에 소극적인 모습에 아쉬움이 더욱 컸다.


보험사의 이런 태도는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답답함이 훨씬 클 터다. 미래 성장동력의 하나로 해외 진출을 추진한다고 하면서 정작 현황은 제대로 공개하지 않으니 말이다. 기자도 해외 네트워크 현황에 이름을 올린 해외 주재사무소가 1년 사이 폐쇄되거나 한 사실을 여러 번 회사에 묻고서야 알 수 있었는데 투자자가 이를 제때 알기는 더욱 어렵다.


물론 보험사 입장도 이해된다.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성과가 나지 않은 사업에 대해서는 시장과 투자자의 응원보다 질책이나 우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역량이나 노력과 무관하게 해외사업은 특성상 성과가 나기까지 절대적 시간이 필요한 데도 단기 성과주의가 만연한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아직은 이런 단계다'고 말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적지 않은 수의 보험사 해외법인이 꾸준히 수익을 내는 단계에 들어섰고 최근 DB손해보험과 한화생명 등이 현지기업 지분을 인수하며 해외사업 확장에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당초 기대처럼 '미래 성장동력'으로 여길 만한 보험사 해외사업 성과는 아직 없다.


하지만 해외사업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면 어느 정도 투자가 이뤄졌고 어떤 정도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했는지를 투자자에게 알리는 것도 보험사의 의무가 아닌가 싶다. 회사의 미래가 달린 일인데 당연히 투자자도 알 필요가 있다. 성과를 재촉하는 투자자가 있다면 투자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득하고 안심시키는 것도 회사의 몫이다. 


은행, 증권사도 그렇지만 보험사에게 해외사업 성과는 더욱 절실하다. 국내 보험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보험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펫보험 등으로 상품 범위를 넓히면서 해외 시장으로도 눈을 돌린다.


금융당국도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사의 해외 진출에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민간 기업의 해외 진출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며 '대한민국의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뒤 금융당국은 해외 투자설명회(IR) 공동 참석, 해외 진출 규제 완화 등을 속속 추진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최근 국내 보험사 처음으로 해외 은행업 진출을 결정했는데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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