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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에 없는 고객자산이 최대 리스크

팍스넷뉴스 2019.04.15 09:51 댓글 0

[코인, 회계하라]②“금융사가 아닌탓 고객예탁금 표현도 맞지 않아”

[편집자주]암호화폐 시장이 여전히 시들지 않는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 거래금액만 매일 수천억원에 달한다. 미국에서도 ICO(암호화폐공개) 투자금이 넘쳐나고 있다. 벤처캐피탈의 투자금을 넘어섰을 정도다. 크립토 펀드 역시 중요한 자금조달 수단중 하나로 잡리 잡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정책당국 주도의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탓에 백서 의존도만 더 커졌다. 화폐도 상품도 아닌 모호한 정체성으로 회계기준도 명확히 없다. 팍스넷뉴스는 1년이 넘도록 논란이 되고 있는 암호화폐(코인) 회계 규정을 짚어봤다.


[팍스넷뉴스 공도윤 기자] 암호화폐거래소를 비롯해 블록체인 업계 운영자들은 운영의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로 ‘업황’을 꼽는다. 실제 지난해 암호화폐 가격이 연초 1~2월이후 큰 폭으로 떨어지자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났다.


암호화폐 가격 하락에 거래량이 줄자 ICO(암호화폐공개)로 투자받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운영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투자받은 코인을 팔아 인력채용이나 연구·개발 등 운영비로 썼는데 1년만에 코인 가치가 10분의1 수준으로 떨어진 탓에 직원 월급주기도 빠듯해 졌다. 몇몇 프로젝트들은 진행을 중단하고 파산을 선언했다. 국내 대형 암호화폐거래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보유 암호화폐 가치 급락으로 상반기 벌어둔 돈은 사라지고 연말 뚜껑을 열어보니 ‘순손실’을 기록하며 밑지는 장사를 했다.


하지만 회계 전문가들은 업황보다는 ‘고객예탁금(고객예치금)’을 암호화폐거래소의 최대 리스크로 꼽는다. 암호화폐 가치 하락이 순익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회사의 존속을 위협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고객예탁금은 상환요구가 일시에 들어온다면 유동성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 또 해킹으로 고객예탁금을 도난당할 수 있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암호화폐거래소를 살펴보면 빗썸의 회원위탁 암호화폐 규모는 1조2957억원, 코빗은 2667억원, 코인원은 2532억원을 가지고 있다. 각 거래소는 ‘회원이 위탁한 암호화폐는 회사에 의해 지배되지 않고, 이에 대한 미래의 경제적 효익이 회사에 유입되지 않아 자산의 정의와 인식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회원의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며 별도의 각주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


문제는 최악의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 거래소가 최대한의 안전장치로 보안을 강화하고 관련 보험을 가입하고 있지만 해킹으로 파산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해킹이나 횡령으로 거래소가 파산할 경우 투자자들은 예치금이나 암호화폐를 돌려받을 방법이 없다. 암호화폐거래소 약관에 해킹을 당했을 때 투자자들에게 손해배상 등 책임을 지겠다고 명시한 곳이 한 군데도도 없으며,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기는 했으나 보상 한도가 낮다. 제도권 밖의 문제라 금융당국도 도움을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참고로 증권사도 고객의 돈을 예치하고, 고객의 주문 요청에 따라 주식 매매를 대행하고 있지만 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 공공기관에 예치하고 있다. 다행히 국내 암호화폐거래소들도 위험을 공감하고 고객예탁금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도 자율규제안을 통해 ▲원화예치금 100%를 금융기관에 예치 ▲암호화폐 예치금은 거래소 보유량의 70% 이상을 거래소 네트워크와 완전히 분리는 오프라인 형태에 보관▲거래소의 교환 유보재산 관리상황은 매년 1회 외부 감사인으로 감사를 받고 그 결과를 협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또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분기별로 교환 유보 재산의 유지, 분리, 관리 상황을 공시하는 규정도 새로 정했다.


이에 빗썸, 코인원, 업비트, 코빗 등은 은행에 고객 예치금을 맡기고, 회원의 암호화폐 수량을 콜드월렛 등 보다 안전한 곳으로 분리해 보관하고 있다. 또 정기적으로 금융기관예금과 암호화폐 수량에 관한 재무실사를 받고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실사결과에 따르면 4개사 모두 회원계좌의 회원별 암호화폐 수량보다 많은 수량의 암호화폐를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에 고객 예치금을 맡기는 과정에서도 명확하지 않은 회계 규정 탓에 해프닝이 있었다. 빗썸은 고객이 맡긴 예탁금을 농협은행에 예치했는데, 농협이 이 돈을 이용자 예탁금으로 보고 에스크로(특정금전신탁)니 보관료를 내라고 한 것이다. 반면 빗썸은 가상계좌(암호화폐거래계좌)에 있는 자금은 교환 유보금(고객이 현금으로 교환해줄 것을 요청할때를 대비해 빗썸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이라며 농협은행이 빗썸에 예금이자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빗썸은 ‘암호화폐거래소는 금융사가 아니기 때문에 고객예탁금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빗썸의 운영사인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최대주주인 BK컨소시엄은 매각과정에서 주식가치를 평가하면서 암호화폐거래소를 증권업계와 동종업계로 보고 가치를 적용했다. 결국 농협과의 논쟁은 ‘예탁금’으로 합의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암호화폐거래소=금융사’라고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암호화폐거래소는 여전히 중개업자에 멈춰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암호화폐거래소가 ‘금융’과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암호화폐를 주로 블록체인에 의해 주로 교환매개로 쓰이는 디지털, 또는 가상의 화폐이며, 국가와 같은 권위에 의해 통제를 받지 않는 자산이라고 정의했다. 금융으로 인정하려면 현금이나 통화, 지분이나 계약의 증권 등으로 인정받을 받아야 하지만 암호화폐는 현금이 아니고 국가가 인정하는 통화도 아니며, 발행주체가 보장하는 증권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코인거래소의 자산구성이나 고객예탁금 처리 문제 등을 감안해도 거래소를 금융회사로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도윤 기자 dygong@pax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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