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준상 기자] 태광그룹은 1950년에 창립했다. 섬유·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시작한 태광그룹은 점차 사업분야를 넓히며 현재 금융, 미디어, 인프라·레저까지 영위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자산 46조1000억원, 매출 13조4000억원의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룹의 사업범위가 넓어지고 규모는 확대됐지만 그 과정 속에서 ‘일감몰아주기’ 논란과 ‘오너 리스크’ 등 잇단 잡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태광그룹의 계열사인 흥국화재와 흥국생명 등은 계열사 부당지원 문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일가 소유의 시스템통합(SI)업체 티시스의 계열사인 휘슬링락컨트리클럽(C.C)과의 거래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휘슬링락C.C와 물품 거래에서 합리적 가격 산정 없이 고가의 골프상품권을 구매하고 상품권 관리대장을 유지하지 않는 한편, 적정 유통가격의 검토 없이 고가의 김치를 수의계약으로 구매한 혐의로 2016년 금감원으로부터 내부통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문과 함께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

흥국화재는 기관경고 조치가 취해졌다. 지난 2014년 5월부터~2016년 5월까지 임직원의 복리후생 또는 영업 관련 시상품 지급 등을 목적으로 휘슬링락C.C에서 김치를 구매하면서 가격 적정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요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가격(10kg 기준)보다 최소 45.3%에서 최대 130.6% 높은 가격으로 총 17억3000만원 상당을 구매(수의계약)해 8억2000만원을 과다하게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티시스의 매출 대부분은 이렇게 그룹 계열사를 통해 발생했다. 최근 5년간 내부거래비중이 평균 76%를 웃돌았다.

일감몰아주기 논란 이후 공정위의 칼끝이 태광그룹을 향했다. 결국 태광그룹은 전면적인 지배구조개편작업에 돌입했다. 계열사 간 출자구조를 단순화하고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에서다. 2016년 12월 세광패션 지분을 태광산업에 매각했고, 지난해 7월 와인 유통업체 메르뱅 지분 전체를 태광관광개발에 무상증여한데 이어 디자인업체 에스티임을 티시스에 매각했다. 올해는 지난 4월 티시스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한국도서보급과 합병해 사명을 티알엔으로 변경했다. 현재 태광그룹의 계열사는 26사에서 22사로 축소됐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면서 지배구조를 간소화하는 작업이 완성된 것이다.
기존 ‘이 전 회장 일가→티시스→태광산업·쇼핑엔티·대한화섬→태광관광개발→주요 계열사’로 이어지는 틀에서 ‘이 전 회장 일가→티알엔→태광산업·대한화섬→주요 계열사’의 구조로 변화됐다. 기존과 비교해 주요 계열사 3곳을 합병해 그룹의 지주사 격인 티알엔을 설립해 그룹 전반을 지배하는 구조로 바꿨다. 다만 티알엔은 아직 정식으로 지주사 등록을 하지 않았다. 지주사가 되더라도 흥국생명 등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분 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를 둘 수 없다.

이 전 회장 일가의 지배력은 여전하다. 큰 틀에서는 이 전 회장이 티알엔의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이 전 회장의 아들 이현준씨가 2대주주 역할을 하게 됐다.

이 전 회장 일가는 티알엔에 대한 압도적인 지배력(이호진 51.83%, 이 전 회장 아들 이현준 39.36%, 이 전 회장 부인 신유나 1.24%, 이 전 회장 딸 이현나 1.24% 등 총 93.67%)을 통해 주요 비금융계열사인 태광산업 지분 11.22%와 대한화섬 33.52%를 쥐고 있다. 금융계열사인 흥국생명보험 2.91%, 흥국증권 31.25%를 보유하고 있다. 또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을 통해 티시스(태광산업 46.33%·대한화섬 31.55%)를 지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