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국내 인수합병(M&A) 자문사인 KR&파트너스(케이알앤파트너스)가 유가증권 상장사인 에쓰씨엔지니어링에 고유계정(PI)을 통해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가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해 간접투자를 한 사례는 있지만, 본계정을 활용해 직접 투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케이알앤파트너스는 지난해 8월 에쓰씨엔지니어링이 발행한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중 3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투자한 지 6개월여가 흘렀지만, 최근 주가하락으로 전환가액이 조정되면서 확보가능한 지분이 5%를 넘게 됐고 이에 공시하게 됐다. CB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케이알앤파트너스는 에쓰씨엔지니어링 지분 약 5.92%를 보유하게 된다.
케이알앤파트너스가 에쓰씨엔지니어링에 투자한 이유로는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꼽힌다. 지난 2020년과 2021년 각각 영업손실 19억원, 66억원을 기록하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됐으나,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3분기 누적 매출 952억원을 올리며 전년도 전체 매출(757억원)을 뛰어넘었고 영업이익(27억원)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괄목할 만한 실적개선에도 주가는 여전히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11월 24일 투자 약정을 체결한 이후 자금납입일인 지난해 8월 26일까지 주가는 3190원에서 2075원으로 약 35% 떨어졌다. 이후에도 하락세가 이어져 지난 3일에는 종가기준 1569원까지 내려왔다.
이에 따라 전환가액 조정도 이뤄졌다. 투자약정 당시 3437원이던 전환가액은 두 번의 조정을 거쳐 현재 1526원이 됐다. 다음 조정일자는 오는 26일이다. 향후 주가 향방에 따라 추가 조정도 이뤄질 수 있다. 최근 20일 평균 주가는 1698원 정도다.
시장에서는 케이알앤파트너스가 향후 PI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 침체로 기업 밸류에이션이 큰 조정을 받은 상황에서 자금여력이 충분한 케이알앤파트너스가 '돈 버는 딜'에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실제로 회사는 올 초 엠벤처투자에 50억원을 투자하는 딜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논의 끝에 최종적으로 투자를 집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알앤파트너스는 M&A 자문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로 블라인드펀드 1개를 운용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18년 이음PE와 공동으로 590억원 규모의 '이음케이알제일호프로젝트공동투자사모투자'를 조성해 범한퓨얼셀, 바이오텍 등에 투자했다. 해당 펀드는 현재 모두 소진한 상태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자문사에서 투자회사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M&A 자문으로 명성을 쌓아온 만큼 주력사업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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