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하나자산신탁이 올해 개발신탁 사업장 관리와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100여개에 달하는 현장에서 위험 수준을 집중 모니터링하는 한편 우수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차입형 수주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16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하나신탁은 올해 수주 목표를 2101억원으로 설정했다. 과거 호황기였던 2021년 신규 수주액(2123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하나신탁은 리스크 관리가 철저한 금융지주 계열의 부동산신탁사인 만큼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책임준공확약 관리형 토지신탁(책준확약 관토신)에 사업을 집중해 왔다. 지난해 말 기준 관리형 토지신탁 수탁고는 15조8624억원인 반면 차입형 토지신탁 수탁고는 1조1064억원이다.
현재 신탁사의 최우선 과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경기 침체에 따른 기존 사업장 관리다. 공사비 급증, 금리 인상 등으로 중소 건설사의 경영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신탁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지는 만큼 책준확약 관토신에 대한 우발채무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서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정률이 예정보다 늦어지는 사업장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100여개에 달하는 전국 현장에서 공정률과 분양률, 시공사 경영악화 가능성 등을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나신탁은 올해 사업 관리와 더불어 신탁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업황 둔화에도 불구하고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차입형 신탁 수주에 집중하는 것이다.
앞서 하나신탁의 차입형 수주는 2017~2019년에 걸쳐 감소했으나 2020년부터 부동산 경기 붐을 타고 큰 폭으로 늘었다. 2019년 87억원 수준이던 차입형 수주는 2020년 469억원, 2021년 428억원까지 증가했다.
하나신탁은 최근 늘려왔던 차입형 확대 기조를 올해도 이어갈 예정이다. 앞선 관계자는 "아직 책준신탁 리스크가 현실화한 사례는 없었지만 실제 발생할 경우 손실 부담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차입형 신탁의 경우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거의 막혀 있는 상황에서 사업을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면서 경쟁력 있는 분양가를 제공하면 사업성은 괜찮을 것으로 본다"며 "이를 위해 엄격한 사업성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신탁의 재무구조가 튼튼한 점도 차입형 사업에 나설 수 있는 뒷배라는 분석이다. 차입형 신탁은 회사의 고유계정에서 신탁계정으로 자금을 대면서 자금조달을 직접 책임지는 만큼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다. 특히 준공시점에 미분양이 많거나 미입주 위험이 현실화하면 재무 리스크가 대폭 커진다.
하지만 하나신탁은 당초 차입형 사업 비중이 낮은 데다 건실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이다. 지난해 실적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업계 최상위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영업수익(매출)은 1637억원, 영업이익은 1130억원, 순이익은 83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69.4%, 순이익률은 51.6%로 경쟁 신탁사들 중 최고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16.5%로 매우 낮다. 지난해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의 경우 856%로 다소 낮지만 자기자본은 업계 최대 수준인 476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하나신탁의 신탁계정대여금은 1653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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