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사진)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혐의로 불거진 오너 리스크가 삼표시멘트의 일반 주주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삼표시멘트가 재차 벌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이전상장 작업에 오너의 법적 처벌 이력이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삼표시멘트는 지난 2월 돌연 철회한 코스피 이전 상장 작업을 추후 재개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시기를 밝히진 않았으나 당초 이전 상장을 연기한 이유가 증시 불안이었던 만큼 코스피 시장이 활기를 띌 시점에 재도전 할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문제는 현재 기소 상태인 정도원 회장이 실제 법적 조치를 당할 경우 삼표시멘트의 이전상장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단 점이다. 한국거래소가 오너의 처벌이력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적잖아서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예비심사 과정에서 기업의 규모나 실적, 주식 수 등을 검토하는 정량평가와 함께 질적 심사인 정성평가도 함께 진행한다. 질적 심사 과정에서 거래소는 대주주의 적격성, 기업 내·외의 리스크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는데 오너일가에 내려진 법적 조치는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 대주주, 특수관계자인 등의 법적처벌 이력을 살펴보고 있고 관련된 사항이 기업공개(IPO)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엔 각 사례별로 차이점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질적 심사 과정에서 발생사유, 회사 운영의 문제점 여부, 재발 가능성을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표시멘트는 이에 따라 두 가지 측면에서 오너 리스크를 안게 될 전망이다. 먼저 정도원 회장은 삼표시멘트의 경영총괄이자 등기임원(사내이사)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의거해 처벌받을 시 곧장 회사의 이전 상장 작업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는 셈이다.

정 회장이 삼표시멘트 이사직서 물러나는 것 정도로는 논란이 수습되지 않을 거란 점도 우려스런 대목으로 꼽히고 있다. 삼표그룹의 지배구조는 정도원 회장→㈜삼표→삼표시멘트로 이어지는데 ㈜삼표 이번에 중처법 문제가 터진 삼표산업의 모회사이기도 하다. 그룹사의 실질 지배자가 ㈜삼표·정도원 회장인 만큼 삼표시멘트에도 불똥이 튈 수 있는 것이다.

시장은 오너 리스크로 인해 삼표시멘트의 이전상장이 불발될 시 소액주주들이 적잖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스닥→코스피 이전상장은 비교적 높은 공모가를 통해 저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고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거래량 증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주가에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특히 삼표시멘트의 경우 첫 이전상장 계획을 밝힌 직후인 작년 5월 13일 4790원이었던 주가가 현재는 3770원으로 21.3% 감소했다. 아울러 주가순자산비율(PBR)의 경우 4일 기준 0.59배에 그치는 등 저평가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정도원 삼표 회장은 작년 1월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근로자 3명이 토사에 매몰돼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안전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단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까진 불구속 기소가 된 가운데 추후 혐의가 입증될 시 법적 처벌도 불가피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오너 리스크, 이전상장 등에 대해 삼표그룹 측은 "현재까지는 (정 회장과 관련된)법률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